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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15. 2022

파티에 갈 아들 구두 신어서 늘리기

초등 4학년이 참석하는 헬싱키 시장 주최 핀란드 독립기념일 축하파티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2. 12.


그가 아들의 옷과 신발을 챙겼다. 금요일(12월 9일)에 있을 헬싱키 시장이 주최하는 핀란드 독립기념일(12월 6일) 축하파티를 위해서였다. 원래는 4학년 때 참석하는 파티지만 코로나로 인해 두 해를 거른 탓에 올해는 4, 5, 6학년이 함께 하는 파티가 되었다. 참석자가 많은 탓에 파티가 8일과 9일에 나누어 치러졌다. 공개된 프로그램 내용을 보니 서커스 공연과 댄스 공연도 있었고, 파티 음식도 제공되었다. 파티니까 당연히 춤이 빠지지 않았다. 초대된 학생들은 수주 간 연습한 사교춤을 짝을 이뤄 추었다. 사교춤으로는 Kikapoo, Kulkuset, Jiffy Mixer, Rokki, Letkajenkka, Happy 등을 췄다고 하는데 난 먼지 모르겠다. 파티에 다녀온 아들에게 소감을 물었지만, 별 대답이 없었다. 


파티였기에 나름 격식을 차려야 했는데, 우리는 잠깐의 파티를 위해 거창하게 옷과 신발을 사기 싫었다. 차마 한번 입고 신고 버려지는 물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가 아들의 옷장에서 얌전해 보이는 코듀로이 바지와 넥타이가 달린 검은색 셔츠를 골랐다. 다행히 예전에 지인에게 받아놓은 검은 구두가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구두가 작은지 발이 아프다 했다. 새로 신발을 사야 하나 고민을 하다 문득 아들의 발 크기가 나보다 조금 작다는 게 떠올랐다. 혹시나 싶어 아들의 구두를 신었다. 구두 끝에 엄지발가락이 닿았지만 신발에 발이 들어가긴 했다. 내가 신어서 신발을 늘려주면 파티에서 신을만할 것 같았다. 웃으며 그에게 신발을 신은 모습을 보여줬더니, 나보다 한 술 더 떠서 양말을 신고 신발을 늘리라고 했다. 반나절을 꼬박 신어서 늘린 신발을 아들이 신을만하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아들의 파티 준비를 끝냈다. 


내가 늘려놓은 신발과 파티에 참석할 옷을 입고 있는 아들, 그러고 보니 양말도 내 거가 얇아서 내 거를 빌려줬다.



12월 8일 파티 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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