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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21. 2022

엄마 대학에 꼭 가야겠어요! 라면...

핀란드 남자 대학생들의 주식은 냉동피자와 라면이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2. 12. 20


아들은 라면을 좋아한다. 생일날 세끼의 메뉴를 스스로 선택하게 해 줬더니 아침으로 주저 없이 라면을 선택했다. 요즘 유독 잊을만하면 저녁으로 라면을 먹자고 하더니 오늘도 저녁에 라면을 먹자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아이들 할머니 댁에서 보낼 예정이라, 내내 크리스마스 음식만 먹을 근미래의 내가 안쓰러워 아이들 할머니 댁에 있는 동안 한 끼는 라면을 먹을 계획이다. 그래서 그 전까진 되도록이면 라면을 피하고 집 비우기 전에 쉽게 상할 음식을 다 먹고 가려 애쓰고 있다.


이런 이유를 꼬치꼬치 설명하기 싫었던 난 아들에게 대학에 가서 독립하면 무엇을 먹을지 맘대로 정할 수 있으니 그때 양껏 라면을 먹으라 했다. 그땐 내가 말릴 수도 없을 테니, 지금은 되도록 라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순간 아들의 눈이 빛났다. 대학에 가면 라면을 맘대로 먹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남자 대학생들은 대체로 냉동피자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너도 그럴 것 같다고 하니, 아들은 라면을 맘대로 먹기 위해 대학에 꼭 가야겠다고 했다.


독립하면 어차피 요리도 못하니 라면이나 먹고살아야겠다는 아들에게 나는 대학 입학 전까지 음식 하는 법을 베울 기회가 있을 거라 장담했다. 핀란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혼자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요리나 청소, 간단한 바느질과 같은 생활에 기본으로 필요한 지식도 가르친다고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아들이 독립하기 전 몇 가지 요리는 내가 가르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나저나 한국의 교과과정도 생활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라면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대학에 가야겠다는 아들의 들뜬 모습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이 당연히 대학에 갈 거라 믿는 한국 출신의 나와는 달리 아이들이 대학에 갈지를 궁금해하는 핀란드 출신의 그에게 아들의 대학에 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라면을 먹기 위해 그가 원하는 데로 대학에 갈 거 같다 하자, 그는 자신의 대학 시절 주식이었던 정크푸드를 나열하며 아들의 결심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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