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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6. 2023

커피 값이 아까운 나

취향의 문제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토요일 아이들이 한글학교 수업을 듣는 동안 부모들은 각자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카페로 향하거나 볼일을 본다. 지난 학기까지는 보조교사를 하느라 다른 부모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드디어 나도 다른 부모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이 함께 1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카페다 보니 카페로 향하는 게 어쩜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고개를 끄덕이기도, 웃기도, 놀라기도, 화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흥미롭다. 그런데, 이 시간이 다소 불편하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게 당연한데 나는 그 커피나 차를 마시는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마치 길거리에 돈을 던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머리로는 시간을 보내는 값으로 치자면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맥주나 와인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건 괜찮은데, 유독 술이 아닌 음료를 소비하는 것에 거부반응이 큰지 당최 모르겠다. 가격만 따지면 밥이나 술이 더 비싼데도 왜 그럴까? 취향의 문제인가? 어린 시절 할머니한테 얻어마시던 인스턴트커피는 맛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하며 마시던 캔커피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이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자판기 커피는 즐기지 않았지만,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를 찾아가곤 했고,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를 사랑하기도 했는데, 어쩌다 이리된 걸까?


어느 순간 커피에 흥미를 잃었다. 커피가 맛없어졌다. 특히,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신 후 입안에 남는 여운 또는 텁텁함을 상당히 싫어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커피를 마실 일이 있으면 차를 마시는데, 차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차를 마시는 것뿐이다. 주스나 소다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술을 제외한 음료는 시원한 물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카페에 가서 물만 마시기 머 하니 무언가를 시키는데 그게 싫은 건가?


어쩌면 카페인에 예민해지면서부터 물을 제외한 음료를 멀리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밤에 시원하게 마신 콜라 한 병이 새벽 5시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고, 낮에 졸려서 한입 얻어마신 에너지 드링크는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하게 했다. 친구들은 카페인에 제대로 반응한다며 부러워했지만, 무심결에 마신 음료가 밤잠을 설치게 하니 불편했고, 꺼려하는 게 습관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하긴 요즘은 술도 밤잠 설치는 게 싫어서 낮술을 선호하니까.


임신, 출산 후 어쩌다 보니 오랜 기간 실업자로 살았다. 코로나를 거치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더 줄다 보니 사람을 만나며 생기는 소비에 대해 한없이 예민해졌다. 사회적 소속과 소득이 없이 그냥 40대 여성으로 살다 보니 씀씀이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여러모로 쪼그라든 느낌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술이나 음식은 사 먹는데, 그다지 즐기지 않는 음료까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내향적이라 여러 명과 수다를 떠는 거보다는 한 명을 알아가는 걸 선호하다 보니 여러 명이 함께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 카페가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술이나 밥을 함께 하면 커피나 차보다는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돼서 술값이나 밥값은 그리 아까워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게 취향 탓이다. 



글을 마치며...

얼마 전 얼룩소에서 나를 팔로잉해 주시는 분의 커피값에 대한 글을 마주했는데, 여운이 길게 남았다. 비슷한 듯 살짝 다른 이유로 커피값이 아까운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를 들여다보게 해 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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