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Mar 31. 2023

찰나에도 행복을 선물하는 아들

아들아, 네가 웃으면 난 행복해!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등굣길의 찰나


어젯밤 드디어 깜빡해서 미루고 미루던 아들의 겉옷을 고쳤다. 먼저 터진 주머니를 꿰맸다. 주머니의 끝부분 마감이 두꺼워서 바늘을 꿰었다 뺐다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주머니를 수선하고 나니, 다른 손볼 것들이 눈에 띄었다. 장식으로 달려있는 소매 부분 단추가 양쪽 다 없었고, 어깨 장식의 단추도 없었다. 없어진 단추를 대신할 단추를 찾느라 그와 내가 분주했다. 그 덕에 원래 달려있는 단추완 다르지만 같은 모양의 단추 두 개와 원래 달려있는 단추와 분위기가 비슷한 단추 한 개를 찾았다. 모양이 같은 단추 두 개는 양쪽 소매에 각각, 분위기가 비슷한 단추는 어깨에 달았다. 손이 느린 건지, 시간 가는 거에 예민한 건지, 아들의 겉옷 수선이 끝나니 잠들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의 나의 자유시간이 없어져서 아쉬웠지만 밀린 숙제를 드디어 해치운 것 같아 개운했다.


아들이 등교준비로 분주할 때 어젯밤의 나의 수고가 떠올랐다. 대놓고 생색내긴 민망해서 엄마가 겉옷을 수선해 놨는데 혹시 놓치고 미처 고치지 못한 게 있음 알려달라고 했다. 맨날 고쳐야 된다며서 깜빡하기만 하던 엄마가 옷을 고쳐놨다는 말에 아들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의 겉옷을 여기저기 살폈다. 그 순간 아들의 입가에 도는 미소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옷이 다시 새 거가 되었다며 기뻐하는 아들의 예쁜 반응에 행복해졌다. 어젯밤의 수고가 참 값지다 싶었다. 자꾸 깜빡해서 고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하자, 자기도 고쳐달라는 말을 자꾸 깜빡했다며 멋쩍게 웃는 아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혹시 수선할게 눈에 띄면 꼭 알려달라고 부탁하며 아들을 배웅했다. 불편함이 사라진 겉옷 덕에 다른 날보다 더 밝아 보이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해 아들아! 네가 선물해 준 미소, 행복이 너무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라면과 맛있는 게 많은 한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