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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05. 2023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식구들이 다 핀란드인들이라... 일단,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냉전시대의 강국이었던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핀란드는 중립국 지위를 지켜왔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이 냉전시대에 미국, 중국, 소련, 일본의 눈치를 보았듯이 핀란드도 이웃 소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핀란다이제이션이라는 비아냥이 섞인 용어도 탄생했다. 그러나 핀란드는 주워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국가다. 핀란드는 중립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냉전 시대에 양측의 대화를 유도해 냉전시대의 종식을 이끈 헬싱키 프로세스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 점만 봐도 옆나라 눈치만 보는 나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북유럽적인 사고방식과 생활, 문화 등으로 핀란드와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 스웨덴은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 독일이 노르웨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철도를 개방했다. 이로 인해 중립국임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변칙적으로라도 중립을 유지한 덕에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에서 비켜서 있었다. 다른 나라들이 전쟁과 전후 복구로 고통받는 동안 스웨덴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산업시설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중립국의 지위로 각자의 나라를 유지 발전시켜 왔다. 덕택에 두나라에게 중립국의 지위를 저버리는 나토 가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의 끝없는 욕심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이웃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 우려가 핀란드와 스웨덴에게 안보를 위한 나토 가입의 당위성을 제공했다.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국으로 완충지 역할을 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표명에 나토는 환영을, 러시아는 가입을 반대하며 핀란드와 스웨덴을 위협했다. 


전쟁 당사국이자 위협의 직접적인 원인인 러시아의 반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복병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였다. 나토 가입은 회원국 모두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튀르키예가 쿠르드족 문제를 빌미로 대놓고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 지원 문제 협상을 위해 뒤늦게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상당한 기간 동안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를 찬성으로 돌리려 애써야 했다.


드디어 핀란드가 2023년 4월 4일 나토 가입을 완료했다. 이로써 핀란드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핀란드와 함께 동시 가입을 추진하던 스웨덴은 여전히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찬성을 기다리고 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헝가리 의회 비준은 곧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찬성을 얻어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튀르키예에게는 쿠르드족 지원에 더 적극적인 스웨덴의 자세를 바꾸는데 이만한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끄는 게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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