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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23. 2023

핀란드, 일상에서 마주친 장애인들

모두가 그냥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입니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핀란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장애인을 주제로 대화하게 되면, 공통적 의견이 한국보다 핀란드에서 장애인을 일상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 경험만 나누자면, 석사 공부 때 박사 공부 중이던 후천적 청각장애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수업을 할 때 일정이 꼬이지 않으면 두 명의 수화통역사와 함께 하였습니다. 구화도 되었는데 여러 면에서 수화통역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로 강의하는데 청각장애로 발음이 불분명할 때가 있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집중하면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던 수업이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공부를 시작한 석사학위 중이던 청각장애인도 있었는데, 그 친구가 수업을 들을 때도 대부분 수화통역사가 동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슈퍼에서 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의 팔을 살며시 잡은 채로 쇼핑을 도와주는 점원을 본적도 여러 번입니다. 시각장애인의 권리처럼 보였습니다. 계산대에서 장애인은 아니지만 깁스를 한 사람의 쇼핑한 물건을 가방에 담아주는 점원도 본 적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한 상황이었지만 당연한 권리처럼 보였습니다. 다음 손님 응대가 지연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음 손님이었습니다.


수영장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이 활동보조원과 함께 따뜻한 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봤지만, 유심히 지켜보지 않아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측건대 물속에서 하는 물리치료나 운동을 했을 겁니다.


버스마다 다른데 휠체어가 타기 위해 버스발판을 수동으로 내려야 하는 경우, 버스기사가 직접 버스발판을 내려주는 걸 본 적도 여러 번입니다. 그러고 보니 휠체어는 수동보다는 전동을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엔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그들만 모여 사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보통 아파트와 달리 상주하는 직원이 몇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1층이 서비스를 위한 공간으로 추정되는데, 멋진 디자인 가구들이 많아서 어떤 곳인지 알기 전까지 무척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인터뷰했던 우리 동네 한 슈퍼의 매니저는 감각이 예민해서 평소에 쇼핑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슈퍼를 일찍 열어 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도 여러 번 할 정도였으니 흔한 풍경은 아닙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입니다. 한국이 핀란드보다 장애인 수가 적은 게 아닐 텐데 일상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장애인의 날에 얼룩소에 올린 글을 조금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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