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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8. 2023

플로깅도 좋지만, 공병보증금...

공병보증금제도가 강화된다면 길거리 쓰레기가 자연스레 감소할 수도...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플로깅은 스웨덴어 ‘plocka upp(이삭을 줍는다)’와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뜻합니다.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긴다는 점에서 플로깅이 각광받고 있지만,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플로깅이 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공병보증금제도가 떠오르며 예전에 떠올랐던 생각들과 지금의 생각을 함께 정리해 적어봤습니다. 이 글은 얼룩소에 올린 글을 옮겨 적었습니다.


한국에서 영국을 거쳐 핀란드에 살고 있습니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공병보증금제도가 참 잘 되어 있습니다. 핀란드는 물건을 구매할 때 큰 페트병은 40센트, 500ml짜리 페트병은 20센트, 캔은 15센트, 유리병은 10센트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영수증에 공병값이 따로 기재됩니다. 공병보증금이 포함된 제품을 파는 곳은 공병반납기가 있어 공병반납이 상당히 용이합니다. 다른 북유럽국가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북유럽국가들은 좋은 것은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따라 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나라들입니다. 공병보증금은 물가를 생각하면 비싸진 않지만 싸다고 할 수도 없는 금액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거리에 나뒹구는 페트병, 캔, 유리병을 마주하는 일이 상당히 드뭅니다. 


석사과정을 공부를 위해 2006년 8월, 런던에서 핀란드로 이주한 뒤 그 해 크리스마스를 런던에 사는 사촌가족과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런던은 길거리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핀란드에도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긴 하지만 런던에 비하면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핀란드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깨진 유리병 조각들이 많이 거슬렸습니다. 런던에 살 때는 익숙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다른 곳에 살다 와보니 거리의 쓰레기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핀란드라면 저 병들이 깨지기 전에 누군가가 치웠을 텐데... 여기저기 나뒹구는 페트병과 캔도 누군가가 돈으로 바꾸려고 가져갔을 텐데... 


문득 핀란드의 공병보증금 제도가 길거리 쓰레기를 줄이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 영국과 핀란드의 길거리를 비교하면 사람들이 공병이 나뒹구는 거리에 비해 공병이 없는 거리에 쓰레기 버리기를 더 꺼리는 것 같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쓰레기에도 적용된 게 아닐까요? 게다가 핀란드의 강제는 아니지만 분리수거를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도 은연중에 쓰레기를 생각 없이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변했길 바라지만 예전의 영국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습니다. 대형 비닐에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마구 버리면 다 수거해 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고민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핀란드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다르긴 하지만 어찌 보면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인데, 길거리 풍경 차이는 상당했습니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끌어낸 사회적 환경 탓이 아닐까요? 공병이 쓰레기가 아니니 길거리 쓰레기통의 부피를 차지하는 쓰레기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넘쳐서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여행할 확률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도 좋지만 공병보증금제도가 강화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가 자연스레 감소할 수 있는 데다가 재활용을 고려한 포장 규제도 더 쉬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딸은 길거리에서 공병을 보면 돈을 주은 것 마냥 좋아합니다. 공병반납기에 넣으면 돈으로 교환이 되는 영수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서둘러 음악수업을 들으러 갈 때 가끔 공병을 발견하면 주으려는 딸을 시간을 핑계 삼아 말립니다. 딸은 돌아오는 길에 그 공병을 줍겠다고 다짐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공병을 마주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한국도 예전에 공병보증금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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