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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4. 2023

낚시수업(핀란드 초등 1)

낚싯대를 획득했습니다. 다행히도 물고기는....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3. 5. 3


오빠와 함께 하교한 딸의 손에 기다란 막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낚싯대였다. 아이들은 모국어인 한국어 수업을 함께 듣고 돌아온 길이었다. 아들이 딸과 같은 반 한국아이는 집으로 낚싯대는 물론, 물고기도 가져갔다고 했다. 낚싯대와 물고기라니?


알고 보니 딸의 반에 일상에서 벗어난 낚시수업이 있었다. 우리 동네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와 매우 가깝다. 낚시 수업은 아이들 학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의 인도교에서 이루어졌다. 이 인도교를 기준으로 강과 바다가 나뉘는 것 같다. 


수업은 두 명의 낚시 전문가와 함께였다. 아이들은 간단한 낚싯대를 하나씩 받아 낚시를 했다. 면허 없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가짜미끼(루어) 낚시가 아닌 면허가 필요한 미끼를 이용한 낚시를 한 덕에 반 아이들 모두가 물고기를 잡았다. 물고기를 10여 마리 넘게 잡은 아이도 있었다. 미끼는 함께 한 낚시 전문가들이 끼워줬다. 


딸은 세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고 두 마리를 놓쳤다. 놓친 물고기 중 한 마리는 낚싯대를 상당히 휘게 할 정도로 무거웠다. 딸은 큰 물고기를 놓친 걸 꽤 아쉬워했다. 몇몇 아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갔다. 나머지 물고기는 학교 식당으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과연?


선생님의 메일에 학교에서 물고기를 냉장보관하지 않아서 선도를 보장할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딸이 물고기를 가져오지 않은 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는 생선을 먹는 건 좋아하지만 생선을 만지는 건 싫어한다. 게다가 생선 손질은 정말 할 줄 모른다. 게다가 그는 채식주의자라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딸에게 그와 나의 사정을 말하자, 요리사인 할머니 남자친구에게 가져가면 된다는 명쾌한 답을 내놨다. 할머니가 헬싱키에서 2시간 떨어진 도시에 살아서 생선을 가져가는 게 오히려 일일 텐데 그것까지 계산하기엔 너무나 순진무구한 딸아이가 한없이 귀여웠다. 


저녁에 그에게 딸의 물고기 이야기를 해줬더니 손바닥보다 작은 물고기를 잡았을 거라고 딸을 과소평가했다. 딸이 잡은 물고기가 20cm는 되었다고 했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딸이 학교 덕에 낚시를 경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나저나 받아온 낚싯대로 낚시를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우린 낚시에 관심이 전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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