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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05. 2023

나를 웃게 해 준 아들의 영어시험지

'Bye!' 한마디가 그만 말해로 들리는 걸 왤까?

아침에 그가 아들의 영어시험지를 내밀었다. 60점 만점에 56.5점을 맞아서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9.5점을 받은 시험지였다. 습관적으로 아들이 틀린 문제들을 확인했다. 칭찬 먼저 해줘야 하는데 늘 깜빡한다. 다행히 그가 이미 아들에게 잘했다는 의미로 1유로를 준 후였다.


오답을 확인하다 내 눈을 끄는 대답이 눈에 띄었다. 오답이라기보다는 답이 좀 부족해서 2점짜리 문제에서 1점만 받은 대답이었다. 대화를 잘 이어가다 훅 잘 가라고 말을 끊어버리는 대답이 눈에 띄었는데, 왠지 아들의 대화방식 같아 웃음이 나왔다.


아들은 참 다정한 아이인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면 조잘조잘 거리며 목소리도 커지는데, 일반적인 대화는 '응', '아니'로 말이 짧은 편이고, 목소리도 중얼거리는 수준이다. 핀란드 남자들이 대체로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데 아들도 핀란드 사람이라 그런 걸까? 


나를 웃게 한 아들의 시험지, 왠지 대화를 끝내자는 의지가 엿보이는 단호한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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