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나중에 떠올릴 맛있는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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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아시아 식품점에 들렸다. 동네 슈퍼에는 잘 없는 가끔 있더라도 너무 비싸게 파는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등을 사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각자 식품점을 둘러보며 나를 불렀다. 계획했던 장보기를 먼저 한 뒤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보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평화로운 장 보기가 가능했다. 딸은 빼빼로를 골랐고, 아들은 메로나를 가리키며 나의 평을 물은 뒤 괜찮을 거라는 내 말에 안심하며 메로나를 샀다.
식품점을 나서며 메로나를 뜯은 아들은 메로나의 향을 맡으며 익숙하다 했다. 한입 베어 물더니 먹어본 적이 있다 했다. 아마도 아주 예전에 딸이 뱃속에 있을 때 한국에 갔던 그 시절에 맛본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아들은 메로나 맛을 나는 물론이고 동생과도 나누고자 했다. 아들의 환한 미소는 그 시기의 나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우리가 머물던 그때는 핀란드 아이에게는 더운 한국의 5월이었다. 그래서 수박도 챙겨 먹고, 아이스크림, 빙수도 많이 먹었다. 부모님 댁에 머물 때는 어머니가 냉동고에 메로나를 쟁여두시곤 매일 하나씩 아들에게 메로나를 건네주셨다. 아들은 그때 메로나를 상당히 좋아했다. 외할머니가 건네주던 아이스크림이라고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향과 맛만은 아들의 머릿속에 고이 남아있었다.
얼마 전, 버블건의 기억을 소환했을 때도 뜨끔 했는데, 연이은 아들의 예상치 못한 기억 소환에 마음 한 곳이 저려왔다. 엄마가 처음이라 어린 아들에게 철없는 엄마짓을 상당히 했었는데, 아들이 그때의 서운함을 고이 접어서 보관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열심히 아들이 나중에 기분 좋게 떠올릴 추억들을 모아야겠다. 특히 메로나처럼 맛있는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