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스러운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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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짝이 집 근처 가게에서 자기 앞에서 물건값을 치르려던 할머니가 지갑을 깜빡해서 당황하는 것 같길래, 큰돈이 아니어서 그냥 물건값을 내줬다고 했다. 나는 아주 드물게 돈이 모자라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을 보면 차액을 내줄까 망설인 적은 있지만, 대신 돈을 내줘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좋은 건지, 돈을 우습게 보는 건지. 그래도 늦은 시간 집에 갔다가 다시 와야 할 할머니의 번거로움을 덜어드렸으니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렇게 그냥 잊힐 이야기였는데...
퇴근길에 그 가게에 들렀다 온 짝이 손에 쥐고 있는 봉투를 보여주었다. 전에 돈을 대신 내드렸던 할머니가 가게 계산대에 짝이 계산해준 금액을 대신 돌려달라며 봉투를 남겨두었다. 일하시던 분이 용케 짝을 알아보고 전해주었다. (키가 상당히 크니까 기억에 남았으려나?) "2018년 10월 10일, 5.85유로, 할머니가 빚을 갚아요."라는 손글씨가 쓰인 봉투에 해당 금액이 들어있었다. 대신 돈 내준 짝도, 굳이 돈을 갚은 노인도, 그 돈을 전해준 점원도 모두 다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