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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12. 2019

겨울 신발! 신발!

세일 기간에 미리 사놓은 신발에 밑창이 없다! 욕 대신 신발!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19. 4. 11


겨울이 길고 긴 나라에 살다 보니 아이의 겨울 용품을 장만하는 것은 나름 일이다. 겨우내 사용하기 위해 적당히 큰 치수의 물건을 골라야 한다. 아이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당히 불친절한데, 매일 일정 시간을 밖에서 뒹구며 뛰어노는 아이의 움직임을 감당하려면 기능성이 받쳐줘야 해서 비쌀 수밖에 없다.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에는 첫째라 모든 것이 낯설어 아이가 얼마나 자라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의 겨울 용품들은 매해마다 따끈따끈한 신상만 사서 부담이 되었다. 그나마 아들의 생일이 10월 말이라, 가격이 꽤 나가는 겨울 옷은 고맙게도 아이의 할머니가 선물로 챙겨주셨다.


둘째인 딸은 아들과 생일이 3주 차라 필요한 옷이나 신발의 치수를 예상하기 수월하다. 덕분에 1월 세일 기간에 딸의 다음번 겨울나기 제품을 구입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1월에 딸이 내년에 신을 신발을 미리 사놨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고어텍스 운동화로 추운 날씨를 대비해 신발 안과 밑창에 두툼한 안감이 덧대어져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딸의 새 겨울 신발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발 밑창 하나가 없었다. 신발 밑창을 따로 구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신발! 새 신발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급하게 밑창을 살 생각은 없었다.


때마침 시내에 점심 약속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 있는 밑창을 가지고 나갔다. 신발을 산 백화점에 들러 점원을 붙잡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내 얘길 끝까지 듣지 않고 내년 신발을 지금 사는 건 옳지 않다는 훈수를 둔다. 꿋꿋이 설명을 했더니 영어를 잘하는 다른 직원을 불러다 주었다.


다른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어찌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불편을 끼쳐서 미안하다면서 창고에서 대체품을 찾아주었다. 영수증도 없었는데 내 말을 신뢰하면서 친절하게 웃으면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사람을 신뢰하는 문화는 있지만 웃음과 친절을 경험하기는 힘든데,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아이에게 기능성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저러고 상당한 시간동안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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