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isa Omielan가 읽어주는 코미디가 배어있는 그녀의 삶 이야기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www.amazon.com/What-Would-Beyonc%C3%A9-Luisa-Omielan/dp/1780894457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Luisa Omielan이 쓴 에세이 책을 어쩌다 빌렸는지 전혀 모르겠다. 평소 취향대로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텐데... 제목도 완전 별로인데... 게다가 책이 내게 맞지 않다는 생각에 포기했을 법도 한데 그냥 들었다. 처음에는 루이사의 억양 때문인지, 뜬금없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 같아서 그런지, 오디오북이 귀를 통해 그냥 흘러갔다. 조용함이 싫었던 건지 너는 떠들어라 난 내 할 일을 하겠다는 심정으로 계속 들었다 아니 오디오북이 흘러가도록 방치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이야기가 귀에 꽂히기 시작하더니 끝가지 듣게 되었고, 앞에 흘려들었던 부분을 다시 듣기까지 했다.
루이사는 책 속에서 코미디언의 꿈뿐 아니라 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의 스스로를 소재 삼아, 맘속에서만 맴돌고 말 법한 말을 거르지 않고 독자에게 뱉어버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영국 특유의 유머 코드인 빈정거림이 처절하게 자신을 향해 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여정이 늘 멋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미디언으로서 미디어에서 화려한 평을 받고, 세계적인 페스티벌에도 초정을 받지만 변함없이 텅텅 비어있는 거나 다름없는 은행 잔고는 나보다 어린 세대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노력하고 무언가 이루지만 여전히 눈 앞의 높은 벽에 부딪히는 세대. 먹고사는 것에 꿈이 갉아먹히기 쉬운 세대. 세상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대라면 대부분이 관심 가질 반쪽 찾기에 대한 고민은 참으로 찌질하다.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끝도 없는 미련과 19금 행위에 대한 미련, 우울증 등 보통 사람들이 차마 남에게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러므로 독자의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하고 말 못 할 속내를 대변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듯 하지만 여전히 이전과 비슷한 듯 다르게 살아가는 그녀가 진정하지만 찌질한 위로를 책을 통해 코미디를 통해 건넨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뤄도 이야기 속 해피엔딩인 '그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처럼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도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면서 성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로가 된다. 그녀가 책을 통해 건넨 이상한 위로 때문에 코미디언으로 그녀가 이뤄갈 삶이 궁금하다. 그녀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를 지켜보고 싶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서평을 읽고 혹시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면 루이사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루이사는 오디오북에 자신의 코미디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 같다. 한글판 책은 없고 루이사 자체가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책까지 볼 정도의 호기심은 아니지만 루이사의 코미디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아래 그녀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을 권한다. 정말 찌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