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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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할 때 소금 대신 설탕을 넣는다든지, 소금통을 반대로 열어 소금을 들이붓는다던지 어이없는 실수가 늘고 있다. 달걀을 깨서 내용물을 버리고 껍질을 쓰려고 한 적도 있다. 김치 담기 대신 전위예술을 한 적도 있다.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며 놀기도 하고 때때로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내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긴 하지만 아이들만 탓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올 들어 유독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감기를 심하게 앓기도 했고 그 후 예민한 위가 그 존재감을 과시해서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팠던 적도 있다. 지난달에 걸린 감기는 심하지 않았지만, 은근 오래가서 나를 힘들게 했다. 이전에 없던 생리 전 증후군으로 여기저기 온몸이 쑤시기도 했다. 타지 않던 추위를 몹시 타서 갑상선 호르몬 검사도 해봤는데 다행히 정상으로 나왔다.
딱히 무리를 한 것은 없는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친 듯하다. 사실상 주말을 제외하고는 주중에는 저녁시간 잠깐 동안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버겁다. 피로가 누적돼서 늘 피곤하다. 좀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지만, 앉아서 이것저것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마치 시간이 내게서 도망치는 것 같다. 이렇게 나이가 드는 거겠지? 특히 올해는 내 마음이 변화한 몸에 적응하느라 더 힘든 것 같다. 마음이 지금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면 몸은 또 다른 변화를 마음에게 내밀겠지?
친구 커플이 토요일에 집에 놀러 왔다. 1월에 이사하고 처음 오는 건데, 벌써 5월이다. 내가 친구네를 초대했다기보다는 친구가 자신을 초대했다. 친구의 자진 초대가 거슬리지 않고 그만큼 편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자 맘이 따스해졌다. 토요일은 오전에 아들과 한글학교에 다녀오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아 금요일 밤에 토요일 음식의 일부를 준비했다. 오븐에 구을 작은 그릴용 피망들을 손질해서 양념에 재워놨고, 야채를 잔뜩 다져 넣은 미트볼용 반죽도 미리 해놨다.
샐러드에 얹을 양송이버섯을 볶던 중이었다. 간을 하기 위해 습관처럼 소금 통을 열고 소금을 톡톡 넣었다. 그런데, 무심결에 반대쪽 입구를 열어 소금통의 소금을 반이상 들이붓게 되었다. 걷어내기에는 소금이 이미 여기저기 퍼졌다. 버리자니 재료가 너무 아까워서 볶던 양송이버섯을 물에 헹궜다. 소금을 최대한 씻어냈다. 그리고는 그 양송이버섯을 다시 볶았다. 다행히 맛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친구는 양송이버섯볶음이 맛있다고 했다. 집들이 음식으로 양송이버섯볶음은 물론 제이미 올리버의 여름 채소 라자냐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라자냐, 신선한 샐러드, 피망 구이, 미트볼, 감자구이, 미니 피클 등을 내었다. 아이들에게는 핫도그를 주었다.
그렇게 준비한 음식과 와인, 맥주를 즐기는 시간이 편안해서 좋았다.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었다. 식사 전에 남편 아닌 내편은 꾸준히 사모은 체스 세트들을 친구의 애인인 I에게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식사 후엔 자연스레 내편과 I, 그리고 아들은 체스를 두느라 바빴다. 나와 친구는 식탁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그 와중에 딸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녀는 주로 장난감을 늘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집안을 어지른다.),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하고. 우리에게 와서 애교를 떠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즐겼다. 모두가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날이 행복한 날이 아닐까? 별일 없지만 모두가 편안한 날... 그런 날이 많다면 이렇게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 좋은 사람들과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