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을 막아라! (1)
#018. 공포환상기담 : 놈을 막아라! (1)
1.
- 세상에… 저게 뭐람!
아직 밤이었다. 자정은 지났고,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기에 세상은 어둠으로 캄캄했다.
그러나 ‘지안(地眼)’은 어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곧 지안은 기겁했다.
지금 사람처럼 생겼는데 사람이라고 부르기 힘든 것이 마을의 언덕 주변을 비척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처음 지안은 술주정뱅이가 언덕길을 차지한 뒤 자기 방바닥처럼 바닥을 쓸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안은 언덕길을 굴러다니는 존재가 절대 인간이 따라 할 수 없는 몸 구조를 지닌 걸 눈치챘다.
- 저거 몸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누워있는 것 같은데 머리는 왜 똑바로 서 있는 거야? 팔다리는 왜 저렇고?!
지안은 눈에 좀 더 힘을 주고 그것을 살펴보았다. 언덕을 차지하고 있는 그것의 형태는 잠자리에 누운 사람처럼 배를 하늘을 향해 드러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운 게 아니라, 팔다리를 쭉 뻗은 채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최대한 바닥에서 뗀 채 지탱하고 있었다.
마치 유명한 공포영화 속 한 장면처럼.
더 기괴한 것은 두 팔과 다리가 원래 자리가 아닌 엉뚱한 자리에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꼭 사람의 힘을 초월한 자가 팔다리를 떼어낸 뒤 다리가 이어질 자리에 팔을, 팔이 이어져야 할 자리에 다리를 붙여놓은 형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밤늦게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목격했더라면 기겁했을 노릇이다. 원래 지안이 있는 마을은 한적한 곳이라 평소였다면 낮이어도 그 길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람의 흔적이 아예 없는 장소는 아니었다.
지금 저 정체불명의 존재가 차지하고 있는 길을 벗어나 비스듬한 언덕을 약간만 내려오면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가족과 노부부가 사는 작은 주택이 나올 것이다. 좀 더 내려가면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더 많은 건물이 나올 것이었다.
야옹-
그때 눈치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언덕길을 지나갔다. 성체라고 하기엔 좀 작아 보이는 고양이는 주변을 얼쩡거리는 그것에 호기심이 생긴 건지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이내 언덕 주변을 타닥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던 것의 머리가 돌아갔다. 지안은 기괴한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그것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곧 그것의 머리는 자리를 뜨지 않은 채 경계하는 고양이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방향으로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그 기이한 뒤틀림을 바라보던 지안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타다다닥!
이윽고 녀석이 고양이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작은 고양이가 기겁하여 도망을 치려고 했으나 놀랍게도 그것의 손이 더 길고 빨랐다. 지안은 다시 한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것의 속도는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것을 채 가는 건 짐승 못지않았다.
키야아악-!
이어지는 건 찢어지는 짐승의 비명과 살점이 떨어지고 터지는 끔찍한 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의 비명도 멎고 질척한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무언가가 주변에 흩어지는 게 보였다.
지안은 그것이 작은 짐승의 다리라는 걸 알아챘다. 마을에 머물면서 별꼴을 다 본 지안으로써도 살아있던 짐승이 순식간에 해체되는 모습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허억!”
지안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그것은 지안이 내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그것은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숲으로 이어진 더 어두운 곳으로 움직이더니 곧 스며든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지안은 토막 난 고양이의 시신과 그것이 사라진 방향을 연달아 바라봤다.
- 이 마을은 평화로운 마을이야. 그러니까 힘든 일은 얼마 없을 거야.
지안은 그가 오기 전 이 마을에 머물렀던 전임자의 말을 떠올렸다. 지안이 이 마을에 오게 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전임자의 말처럼 특별하게 큰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낌새가 들더니 마을에 기묘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묘한 일의 실체를 파악한 지안의 마음속에 불안과 걱정이 몰려들었다.
-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지안의 시선을 피하듯 달아난 저것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다음 피해자는 마을의 주민이 될 수 있었다.
지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막아야 했다.
2.
한밤중이었지만 희아는 자신의 마당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걸 알았다.
설마 강도가 든 게 아닐까? 두려움에 질리면서도 희아는 침착하게 핸드폰을 든 채 조심스레 거실로 나왔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같은 길짐승이 들어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이내 거실의 창문을 통해 빼꼼 바깥을 바라본 희아는 창밖에 어슬렁대는 그림자를 보면서 기겁했다.
- 뭐지…?!
지금 납작 엎드린 사람 그림자가 마당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림자를 보면서 희아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지금 마당을 기어 다니는 그림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동작을 취하며 온몸을 뒤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저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마치 괴담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서늘하고 으슬으슬한 공포가 희아의 온몸을 덮쳤다.
집에는 자신과 아직 네 살인 딸 아람뿐이다. 남편은 오늘 야근이라 새벽에나 돌아올 예정이었다. 희아는 공포와 함께 차라리 딸을 엄마에게 맡기고 올 걸 하는 후회를 느꼈다.
두려움에 질려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던 희아가 다시 창문을 통해 그것이 사라졌나 확인하려던 찰나였다. 밖에 부산스레 돌아다니는 그것의 몸이 멈칫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 눈을 마주치지 마!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희아에게 속삭인 것 같았다. 희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고 저절로 창문에서 몸을 떼었다. 그것이 타닥 소리를 내며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 들어올 수 있나?
현관문은 단단히 잠겨있고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희아는 약간 안도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곧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커튼이 닫혔다.
툭툭-!
이에 커튼 뒤에서 뭔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창문을 깨뜨릴 정도의 힘은 없는 걸까? 아니면 안에 있는 사람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인 걸까?
그러나 그걸 확인하기 위해 희아는 커튼을 걷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악몽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면서 희아는 창문의 앞을 지켰다. 방안에 잠든 딸이 중간에 깨지 않길 바라면서 희아는 거실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 눈이 부시는 빛이 커튼 틈 사이로 내리쬐자 희아는 서서히 눈을 떴다.
이제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햇빛이 거실 바닥에 어른거리는 걸 보면서 희아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약간은 떨리는 마음을 천천히 커튼을 걷었고, 곧 안도하듯 깊은숨을 토해냈다.
마당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그저 바닥에 이상하게 질질 끌린 흙 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