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도시 (3)
#029. 제물의 도시 (3)
“왜냐면 여기는 3급들이 사는 곳이거든요.”
“3급이요?”
“3급들은 입을 수 있는 옷색이 정해져 있거든.”
경찰들의 입에서 나온 기이한 단어에 준은 의문을 표했다.
혹시 저건 사람의 소득을 등급별로 나누는 용어를 칭하는 걸까?
대강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것은 파악했으나 그게 옷의 색깔을 정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준은 당장 이해하지 못했다.
“식사는 3급보다는 2급들이 사는 동네에서 먹는 게 좋을 거예요.”
“3급들 식사는 먹을 만한 게 별로 없거든.”
“우리 경찰들은 전부 2급이라 일만 3급에서 하는 거지, 살기는 다 2급에서 사니까요. 우리가 괜찮은 식당을 알아봐 드리죠.”
분명 2급은 3급보다는 소득이 많고 형편이 좋은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일 것이다.
준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준의 고향에서도 빈부격차는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저런 식으로 대놓고 가난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류하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다.
만약 그런 단어를 쓰는 경우가 있다면 공무나 행정 차원에서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분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그것을 바로 입 밖으로 내어 물어볼 정도로 준의 성격은 직설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경찰들의 안내를 받아 준은 아까 외곽의 거리보단 좀 더 부유해 보이는 마을에 도착했다. 정확하게는 준의 고향에서 중산층 정도에 해당할 법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와 비슷했다.
그 거리로 들어온 준은 아까의 무채색 거리와는 달리 선명하고 화려한, 그러나 준의 고향에서는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경찰들이 3급이라 이른 동네에서 준이 무슨 위험한 일을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준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에 곧바로 친숙함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는 더 안전하게 구경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미리 이 도시를 여행한 지인들로부터 이곳은 치안이 좋은 곳이며 범죄가 별로 없다는 말을 제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준은 도시에 도착했을 때 처음 목격한 시체를 떠올리고 약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머물렀던 소위 3급의 마을은 범죄자가 득실거리는 슬럼가는 아니며, 오히려 가난하지만 그린 것처럼 평화로운 장소였다. 하지만 분명 그와 가까운 도시의 입구엔 시체가 놓여있었다. 경찰들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며 마을은 이상하게 평온하게 굴었다.
이 갭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준의 머릿속엔 위화감이라고 칭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식사는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경찰들이 안내한 2급의 동네는 눈에 보기에 좋은 색깔을 띤, 3급의 동네와는 다른 의미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3급의 동네가 달관한 듯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흐르는 대로 평화롭게 사는 곳이라면 적어도 이 2급의 동네에서는 활기라는 것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3급의 동네와는 달리 준은 눈에 띄지 않았다. 준이 입은 옷은 평범하지만, 무채색의 동네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특별해 보였다.
반면 여기에서는 배낭만 아니라면 원래 그 장소에서 살았다고 오해를 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쉽게 그곳에 녹아들 수 있었다. 2급의 동네 역시 여행객인 준에게 무심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그가 여행자라는 것을 알고 친절을 베풀거나 알아서 가이드를 자청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도시에 들어온 지 사흘째, 식당에서 만난 주민 수가 그랬다.
근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수는 타고난 성격이 사교적이었던 모양인지 도시에 대해 잘 모르는 준을 알기 쉽게 이끌어주었다. 또 그의 궁금증 어린 질문에 대답을 잘해주는 편이었다.
수는 도시 바깥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고, 준은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수가 준의 이야기에 자주 감탄하는 반응을 보여주었기에 준은 더욱 이야기 할 맛이 났던 건지도 모른다.
도시에 들어온 지 나흘째 되던 날, 수와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생각한 준은 드디어 자신이 궁금해하던 것들을 입 밖으로 꺼냈다.
“여기 오기 전에 경찰들에게서 2급, 3급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대제 무슨 소린가요?”
준의 질문에 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주변을 살펴보더니 괜찮겠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행을 여러 번 다녔다 하셨으니 대강 이 도시의 분위기가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셨죠?”
“…….”
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마 준은 여행객이고 신분이 확실하니까 2급으로 분류된 걸 거예요. 그러니 이 동네에 들어올 수 있던 거고요.”
준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수는 충분히 예상한 것처럼 설명을 시작했다.
이 도시의 외곽에 사는 자는 3급, 옷차림에서부터 먹는 것까지 지정된 계층이다. 그들은 도시 외곽에 거주하되 함부로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3급이 사는 외곽은 여러 구획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철저하게 관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수가 추정하기를 도시에서 3급이 사는 외곽은 총 12구역으로 네 방향에 맞추어 나누어진다.
그들은 예전에 과거 죄를 지었거나 죄를 지은 자들의 후손이거나 선천적으로 발전이 더디고, 앞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없는 자,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 없는 자들을 분류한 것으로 그들이 입는 무채색의 옷은 그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준이 목격한 무채색의 옷들은 일종의 낙인이자 신분증인 셈이다.
- 그건 그냥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곳 아닌가요?
준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수에게 따지지는 않았다.
수가 이런 계급을 만든 자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죄를 지은 것은 그렇다 쳐도 사람이 더 나아질지 나아지지 않을지 여부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하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준은 수의 말에 딱히 태클을 걸지 않았다. 여기서 생긴 좋은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점을 수에게 따져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준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얌전히 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3급은 2급이 있는 장소로 들어올 수 없어요.
또한 3급의 인간이 2급을 해치거나 그에게 상해를 입혔을 경우, 같은 2급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많이 없어요. 이 도시에서 2급과 3급이 마주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문 편이거든요.
실제로 나도 이 마을에서 살면서 3급의 인간들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만약 사람들이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같은 급끼리 싸움이 붙었거나, 범죄를 일으켰을 경우를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2급은 3급이 사는 장소로 갈 자격은 있으나 웬만해서는 다들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아요.”
수의 말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준은 3급의 동네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본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수에게 털어놓았다.
“맞아요. 경찰들이 거기까지는 당신에게 설명하지 않았군요.”
수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 2급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3급과 달리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 죄를 짓지 않은 자, 특출나진 않아도 충분히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을 모아놓은 장소라고 했다.
2급은 1급보다는 못하더라도 도시로부터 나름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3급은 12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도시 외곽을 두르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요. 하지만 3급과는 다르게 2급은 도시 안쪽에 총 8개의 구역으로 분류되어 있죠. 우리 2급끼리는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어요. 3급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 또한 2급이 가질 수 있는 거고요.”
수의 설명에 따르면 3급 동네의 경찰들 또한 2급의 인간들이라는 거였다. 준은 경찰들이 자신들은 2급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1급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경찰들의 이야기와 수의 이야기를 종합하였을 때 1급은 어느 정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존재들이다.
아마 이 도시를 통치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라고 준은 추측했다. 사람을 세 등급으로 분류했으니 분명 가장 위에 존재하는 인간들도 어딘가에 존재하리란 건 어린아이도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수는 약간 침묵을 하는 것 같더니 얼마 안 있어, 도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급은 2급인 자신들도 자주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실제로 나도 1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 그들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거든요. 2급들이 3급의 마을에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1급의 인간들도 엔간해선 2급의 마을로 들어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가끔 1급의 초대로 2급이 1급이 사는 곳으로 갈 수는 있지만 자의로 거기에 들어갈 수는 없다. 수 역시 오랫동안 2급의 마을에서 살아왔지만 1급이 어떤 곳에서 사는지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간접적으로 그 모습을 알아낼 수 있다고는 했다. 수는 그렇게 말하며 준을 화려한 전광판이 달린 거리 한복판으로 데리고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