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이해되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오버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오늘은 선거 시즌이니 과거 선거 관련 이슈 사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18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을 즈음입니다. 2012년 8월 21일, 여야 정치인 이름과 함께 '룸살롱'이란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치인들 사이에는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며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파장이 꽤 컸습니다.
모 언론 기사로 시작된 이 '안철수 룸살롱' 실시간 검색어 이슈는 이후 실시간 검색어를 관리하고 있는 네이버의 의혹으로 번지는데요. 안철수 룸살롱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이 필요 없는데 이명박이나 박근혜 룸살롱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요구한다는 의문 제기였습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해보면서 확인이 되고 논란은 더 커집니다.
그날 오후 네이버는 해명이 필요하다 판단을 하고 즉각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당시 입장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내 네이버 입장문의 여파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는 아래와 같이 변동됩니다.
네이버는 항간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항변하고 싶었습니다. 그 내용 또한 많은 부분 공감되었습니다. 다만 해명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박근혜 콘돔'이라는 사례를 추가했는데 이것이 또 다른 문제를 낳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키워드를 검색하게 만들었고 해당 키워드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된 것이죠. 이슈를 막으려다 또 다른 이슈를 만들게 된 셈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선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을 했다고 표현합니다.
결국 선관위도 민주당이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네. 그것은 저희뿐만이 아니고 국민이면 누구나
대다수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출처 : 서울경제 2021-04-05 17:46:34 野 “민주당 ‘내로남불’ 인정이냐” 선관위 “네, 국민 누구나 유추”
4·7 재보궐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로남불', '무능' 등과 같은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야당이 선관위를 항의 방문 했습니다. 위 대화는 그 항의 방문에서 나온 대화라고 합니다. 위 기사에서 보도된 대화가 사실이라면 선관위 사무총장 또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한 겁니다. 선관위가 내로남불이란 표현을 투표 독려 현수막에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한 것 자체에도 의문이 있지만 그에 대한 해명 또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또 다른 논란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기관이 중립 유지를 위한 판단이라 제재를 했지만 그 판단에 대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중립성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이 핵심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야기하는 진정성은 교조적이지 않습니다. 조직과 관련된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말할 것과 말하지 않을 것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자세는 교조적 진정성과 분리되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까지, 어떤 종류의 말을 할 것인가? 이 고민과 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듣는 사람(이해관계자)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모든 말을 다 하겠다는 자세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진정성의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자칫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그것은 오히려 해당 이슈에 연관이 없거나 불필요한 사실(불편한 진실)만 나열하게 되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의미는 이해되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오버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라 매번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 사실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되 그 상황에 맞게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죠.
우리가 팩트라고 이야기하는 곳을 살펴보면 조직이 이야기하고 싶은 진실이 있고 언론이 원하는 진실이 있으며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팩트라는 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종종 이 상황에서 팩트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나와서 상황을 더 망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온라인과 SNS 환경을 보면 소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위기가 발생한 기업이나 조직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상세한 커뮤니케이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대부분 온라인과 SNS 공간이 이성과 논리를 기반으로 한 논쟁의 장이 아니라 감정을 기반으로 한 언쟁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막연한 소통 만능주의'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위기 시 위기관리를 하는 구성원들 간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을 해야 하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핵심 메시지에 근간한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