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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여가부 장관의 답변 교정 제언

질문에 의도가 있다면 답변에도 우리(나)의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에 대해 개탄스럽고 분노가 치밉니다.

다시는 재발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 처벌, 법적 보완이 빠르게 진행되길 희망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기업 VIP, 정치인, 공인, 유명인이 특정 이슈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옮고 그름을 이야기하지 않고 여성가족부 장관의 바로 아래 특정 질문에 대한 특정 답변만을 가지고 바라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의 인사이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범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데 장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거를 여성과 남성의 어떤 그런 프레임으로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고‥"


먼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실을 근거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 상황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나의, 우리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한다.

3. 위기의 증폭과 논란을 최소화한다.


위 세 가지가 모두 방향성이 되기도 하고 때론 한 두 가지만 핵심 방향성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상황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전술이 됩니다. 


다음으로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은 '묻고 답하기'입니다. 이때 일반적인 사적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묻는다'라는 행위는 몰라서 알고 싶어 묻거나, 알면서 확인하기 위해 묻거나, 그냥 묻거나 하는 패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선 공적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자들이 묻는 행위는 대부분 '기사를 쓰기 위해 묻는다'라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이해하신 후 기자의 묻는다는 행위에 어떤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빠르게 질문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제 기자의 질문을 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범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데 + 장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두 문장으로 구분된 질문입니다. 앞 문장은 제3자의 의견으로 인용한 다음 질문을 위한 전제이고 자연스럽게 뒤 문장은 앞 문장 전제에 대한 동의 혹은 비동의를 구하게 되는 질문이 붙었습니다. 전제를 두고 나의 생각과 입장을 묻는 아주 전형적인 언론의 질문 형태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인터뷰이(interviewee)는 습관적으로 여기에 답변해야 한다는 강박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즉답 형태로 "맞습니다" 혹은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하게 됩니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 여러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의도가 있다면 답하는 답변에도 우리(나)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거를 여성과 남성의 어떤 그런 프레임으로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고‥"


보통 장관의 경우 말하기 힘든 여러 가지 정치적 변수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단 이 부분을 배제하고 표면적으로 보면 여가부 장관은 본인의 신념과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답변이 있었기에 더 그렇게 보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 중 '1. 사실을 근거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만을 추구한 듯합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됩니다.(지면 됩니다.) 


그럼 위에서 말씀드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 중 '2. 상황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나의, 우리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한다, 3. 위기의 증폭과 논란을 최소화한다'를 함께 고려해 본다면 어떨까요?


다시 기자의 질문을 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범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데 장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질문에 담긴 기자의 의도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여성 혐오'라는 단어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 혐오라는 단어는


서로 다른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경험하고, 그 범위 내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형성된 편협하고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이 천차만별인 대다수의 대중들이

'혐오(嫌惡, hate)'라는 단어의 정의, 그리고 이 두 단어가 합쳐진 '여성 혐오(Misogyny)'라는 시대적 함의에 대해 

대부분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여성 혐오의 의미와 범위가 모호하거나 혹은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인식되면서 

주제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언쟁으로 재확산되고 

오히려 대중들에겐 더 심플하고 간결한 여성 vs. 남성 구도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빠지는 논란만 양상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여성 혐오'를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은 모두 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해당 상황의 심각성과 문제를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다른 프레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성폭력 등의 대다수 피해자들이 여성임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유관부처와 빠르고 면밀히 협의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무 장관으로서 정말 비통한 심정이며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의 메시지로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재발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 처벌, 법적 보완이 빠르게 진행되길 재차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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