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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과하지 않는 이유

정말 여러분은 평소 사과를 잘 하시나요?

정말 여러분은 평소 사과를 잘 하시나요?


사과 잘 하는 법은 많고 다 아는데

사과가 진리처럼 알려지지만 왜 사과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혹시 해 보셨을까요?


비아냥거리거나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는 류의 말이거나 "나부터 잘하자"라는 자조적 말씀이 아닙니다.


저부터 고백해 보면 사과를 꽤 잘 한다고만 생각을 하지만 아내와 딸,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나 회사 구성원들에게 내가 정말 사과해야 할 때 사과를 잘 했나 생각해 보면 사과를 해야 할 때 안 했던 과거들이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사과를 안 했던 이유들은 분명히 있을 텐데요. 단순히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보면서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 향후 사과를 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반면교사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 개인이 사과를 못했던 경험과 비교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윤리적 도덕적 옮고 그름, 법적 유무죄를 논하지 않으며 현상과 이유를 그대로 보자는 의미이니 '그럼에도 사과해야지 무슨 소리야', '그럼 이런 상황에서 사과를 안 하는 것이 잘했다고 옹호하는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아래 드리는 말씀을 이해하지 않길 희망합니다.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조직, 개인이 왜 사과를 하지 않을까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아닌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나아가 '진정성있는 사과가 부족하다'라는 반응도 현대 사회에서 고착화된 듯 한데 도대체 '진정성 있는 사과'란 무엇일까요? 진정성 있는 사과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법적) 책임 문제 때문입니다.

사과와 책임이 별개라면 뒤에 추가로 말씀드릴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아마 사과를 마다할 조직과 개인이 없을 듯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는 ‘사과법(apology law)’도 있습니다. 1986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처음 채택한 후 미국 30개가 넘는 주에서 시행하는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의료진의 사과를 민사상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료진이 피해자 측에 도의적인 사과 등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사 민사상 법적인 책임 다툼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사과가 필요한 경우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인 책임이라는 조건으로 '도의적 책임', '심정적 사과',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한 책임과 사과' 등의 법적 책임과는 선을 긋는 조건을 걸고 사과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책임 없는 사과라는 진정적 논란은 가중되는 편입니다.


사과법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과가 끝이 아닐 때 (아닌 것 같을 때)입니다.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 이런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옳고 그름, 법적 유무죄와 별개로) "사과만 하면 될 것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사과의 행위가 책임을 인정한 행위로 이해될 수 있고 그것이 이해관계자와의 쟁점 다툼에서 기세의 흐름이 바뀌는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슈들은 언론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공유되고 재해석되는데 그 이면에는 흔히 이야기하는 선과 악, 강자와 약자 바뀌어 있는 경우들도 있고 표면적으로 요구하는 사과 행위 외 사과로 파생될 수밖에 없는 무리한 요구들 때문에 사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세 번째, 이슈에 잘못한 점과 잘못하지 않은 점이 섞여 있을 때입니다.

개인의 경우 이런 점 때문에 사과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겁니다. "내가 다 잘못한 게 아닌데, 상대도 잘못했는데 내가(나만) 왜 사과해햐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기업과 조직, 유명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사과를 하기 위해선 특정 이슈에 대해 사안별 사과를 해야 하는데 영 모양새가 좋지 않죠. 그래서 이슈를 사안별로 분리 대응하는 경우들이 많고 아니면 사소취대 전략을 구사 하게 됩니다.


네 번째, 타이밍을 놓칠 때입니다.

의외로 이 이유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는 못하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바로 그 타이밍에서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 상황이 변해서 아니면 너무 늦어 지금 사과를 하면 오히려 이슈의 가시성이나 이슈의 영향력과 생명력이 배가되기에 사과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늦게 사과를 하게 되면 적절한 타이밍에서 사과할 때 보다 더 내어놓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 번째, 다들 사과를 요구하는데 1인(VIP)가 하기 싫은 경우 혹은 1명(VIP)은 하고 싶은데 나머지가 사과하기 싫은 경우입니다.

VIP 1인 혼자만의 합리적 생각 외 신념, 자존심, 고집 때문에 모두의 의견과 달리 사과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VIP께서는 사과하고 싶은데 주변의 만류로 사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과 조직의 경우 전자는 최종 결정권자 개인 생각과 성향이 우선되는 상황이고 후자는 최종 결정권자보다 기업과 조직이 우선되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후자의 경우 주변의 만류에도 VIP의 의지로 사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반면 전자는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기업과 유명인의 위기관리 현장에서 보면 사과라는 행위는 전략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훌륭한 정치인, 진정 고객과 주주를 생각하는 경영자, 진정 팬을 생각하는 연예인들은 책임감 있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먼저 보여주는데 이때 사과의 글과 사과의 행동에는 그 마음이 살아 움직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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