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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장례식장 빵상자, 우리 기업은 문제 없을까

우리 기업은 이와 같은 잘못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대중들의 공분과 유가족들의 분노에 함께 공감합니다. 아래 글은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의 입장에서 다른 기업들에게 필요한 개선점을 전달하기 위한 제언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당 기업 및 다른 유사 기업들도 반면교사 삼아야 더 올바른 사회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자 SPC그룹은 회사 내규에 따라 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경조사 지원품이라고 해명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이 내부 직원들이 상을 당했을 때 떡과 숟가락, 젓가락 등 용품을 전달하는데 회사는 추가로 빵도 지원하고 있다"며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상주들이나 일하는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고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재발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기업 구성원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흔히 알고 계시는 매뉴얼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시스템과 구성원의 위기관리 역량, 이 두 가지가 어디 하나 치우지지 않고 밸런스가 맞아야 성공적이고 안전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례를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적인 측면과 구성원의 역량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유사한 이슈와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이와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 번 고민해 보시면 대부분의 기업도 이런 동일한 이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SPC의 답변대로 대부분은 고민없이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럼 이번 이슈가 발생하기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크게 아래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콘트롤 타워에서 장례 용품 중 부적절한 장례 용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장례 용품 담당 부서에 제외를 지시한다. 

2. 장례 용품 담당 구성원이 이번 이슈에 특정 장례 용품이 전달되는 것이 부적절하다 판단해 제외한다.

3. 누군가 장례식 현장에서 장례 용품 중 부적절한 장례 용품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제외한다.


여기서 1번은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영역이며 2번은 구성원 역량 영역, 3번은 시스템과 역량을 벗어난 운(運)에 가까운 영역입니다.


1번이 가능하려면 해당 위기관리를 전체적으로 리드하고 관리하는 콘트롤 타워가 존재해야 하며 매뉴얼에는 '구성원 사망 사고 시 전달되는 장례 용품에 사망 원인과 연관성이 있어 부적절한 용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라는 체크리스트 항목과 해당 항목에 대한 실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항목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매뉴얼의 복잡도는 증가되고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유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그럼 2번은 어떨까요? 장례 용품을 전달하는 구성원이 아무런 생각 없이 통상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반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장례 용품을 전달하면 유족들이 분노할 수 있고 외부에 알려지면 대중들이 분노할 수 있다는 위기관리 측면의 'what if'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 구성원들이 실제 많지 않습니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거나 훈련받지 않으면 그런 역량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없습니다. 기업 구조는 나의 일 자체에 집중해야 하고 그 일을 벗어나서 생각하긴 현실에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어떻게 직원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냐, 말이 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그 생각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직장의 '통상적인 업무'라는 것에 여러 상황적 변수를 고려하는 정무 감각과 공감 능력이 작동되리라는 생각은 거의 희망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기업 내부 변수는 콘트롤 타워에서 혹은 담당 구성원이 해당 장례 용품 전달의 부적절성을 인지하고 내부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밟았을 때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거부를 한다거나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을 수도 없는 내부 분위기 즉, "뭘 이런 것까지 신경 쓰고 있어?" 등의 내부 기업 문화입니다. 이런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기업 문화 속에서는 상식적으로 합리적 생각이 머릿속에서 피어나더라도 결코 실행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 분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10년 전 기업 VIP를 만나 "위기관리는 VIP 영역이고 VIP 께서 하시는 겁니다.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실 때 등 뒤에 있는 액자를 보십시오. 거기에 나와있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대로 하시면 됩니다"라고 강조 드리면 철학이 밥먹여주냐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말씀에 공감하고 이해하시는 분들의 훨씬 많습니다.


실무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번 이슈가 우리 기업에서 유사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구성원 역량 강화에 필요한 반면교사 포인트를 업데이트 하는 것입니다만 결국 기업 위기관리의 근본은 VIP와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것이 준수되고 일상화되어야만 형성되는 '올바른 기업 문화'라는 결론으로 다시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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