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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맥락이 빠지면 이렇게 됩니다.

맥락은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진실 사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3년 02월 16일부터 대형 커뮤니티 중심으로 위 이미지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대한 온라인 대중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래서 대한민국은 완장을 채워주면 안 돼. 무식한 x들"

"동대표 지정석은 처음 들어본다. 이런 갑질이 어디 있냐"


여러분들도 이 이미지만 보면 많은 분들이 동일한 생각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겁니다.

이 논란이 커지자 한 언론사가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과 통화를 한 기사가 게재됩니다.


동대표들이 모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예산 의결 권한을 가진다. 관리소장 A씨는 “배관이 낡아 수리하려면 관리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관리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줘야 관리소가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동대표 10명 중 7명 이상이 참석해야 정족수가 채워져 회의가 열리는데, 하도 참석률이 낮아 회의는 계속 연기되고 의결도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했다. 

지난달 5일 단지 내 주민들이 모인 신년토론회에서 “동대표 참석률이 워낙 낮으니 혜택을 주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로 오후 7시에 열려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니 ‘지정 주차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도 이때 나왔다고 A씨는 전했다. 

이후 1월 26일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렸다. A씨는 “이날도 6명 동대표 밖에 참석을 안 해 회의가 무산될 뻔했다가 나중에 한 명이 더 참석해 겨우 회의가 열렸다”고 했다. 동대표들이 지정 주차 안건을 통과시킨 건 꼭 자신들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 동대표 임기는 6월이면 끝난다”며 “다음 동대표들이 이런 혜택이라도 있으면 많이 출마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안건을 의결한 게 컸다”고 했다.


어떠신가요? 문제가 전혀 없진 않지만 모르긴 해도 아마 많은 분들이 처음 가졌던 비난과 분노를 버리고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때 '모든 행위는 맥락(context)에 달렸다'라는 말씀을 정말 자주 드립니다. 말과 행동, 즉 언행(言行)이 커뮤니케이션의 범주라고 볼 때 청자가 화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는데 핵심 요소는 결국 '맥락'이라는 의미입니다.


위 사례를 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팩트(fact)'는 왜곡되거나 누락되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공지 사항을 이미지로 촬영해서 공개했죠.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context)이 누락되다 보니 다른 해석을 낳게 하는 언론의 보도와 커뮤니티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SNS의 확산에 대중의 낮은 리터러시 역량으로 인한 오류들 때문에 사달이 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정확한 사실로 입증하고 적확한 맥락과 단서로 설명을 하면 특별한 문제 없이 교정되고 이해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저 공지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맥락을 포함해 주는 방식입니다. 작성인은 '입주자대표 의결 근거'로 어느 정도 맥락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간과했고 이 공지문이 외부로 확산될 것이라 생각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부터 "아파트 관리 예산 최종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에 동대표 참여가 저조해 아파트 관리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 동대표들의 임기가 곧 끝나는 상황에서 다음 동대표 출마 동기부여 및 입주자대표회의 참여 독려를 위해 안건을 의결하게 되었으니 깊은 이해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도의 맥락이 포함되었다면 지금보다 다른 촛점의 비난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금의 논란 발생은 많이 예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맥락(context)은 '객관적 진실(fact)'와 '주관적 진실(subjectivity)' 사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서로 감정적으로 연결된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하고 옹호하고 격려하고 비난하고 분노하는 온라인 대중의 '감정(emotion)'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하죠. 그래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좀 더 객관적 진실로 이해될 수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맥락이 간결하게 서술된 '메시지(message)'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태도(attitude)'가 관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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