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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Sep 01. 2017

콘텐츠마케팅 선도사례- 트레바리

오늘은 조금 특이한 컨셉과 아이템으로 콘텐츠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한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회사라고 불러야 할지,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인지, 진화된 동아리형태의 커뮤니티인지 그 정체성에는 아직 모호함이 있지만 최근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많은 이슈를 낳았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한 이유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서비스라는 점에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책을 읽지 않는 나라입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기간동안 국영수사과를 기본으로 한 교과목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만 그 밖의 교양에 대한 책읽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자기계발보다는 술먹고 노는 문화. 물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충성고객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한국적이지 않은 영혼의 소유자인 그들의 수는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도, 그리고 졸업후 강남역 일대에서도 매우 오랜기간동안 큰 규모의 독서모임을 운영해왔었고 페이스북 초창기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수많은 독서클럽과 교류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레바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트레바리의 존재는 지인들을 통해 극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독서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할만한 사람들의 숫자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이 풀에 속한 사람들끼리는 이미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트레바리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트레바리는 유료독서모임을 표방하는 회원제 독서클럽입니다. 유료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이라는 것도 꽤나 독특한데 그 비용이 저렴하지 않고, 또한 비용을 지불하였다고 하더라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는 굉장한 룰을 갖고 있는 사교모임입니다.



저 또한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본 사람이지만 트레바리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취했던 방법은 상대적으로 높은 액수의 회비를 입금하게 하고 우수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줌으로서 모임을 주도하는 소수의 엘리트를 키워 그들을 중심으로 토론을 리드하고, 외모와 매력이 뛰어난 친구들을 끌여들여 모임장인 제가 계속해서 면을 세워주고 특수한 역할을 부여해줌으로서 사교를 위한 소수 엘리트를 키워 친목모임을 주도하게 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정말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참여하는 이들도 존재하겠죠. 만만한게 독서모임이라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이성을 만나고 싶어서 참석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독서모임이 독서모임답게 돌아가려면 먼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가장 본질적인 활동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이나 직장처럼 경쟁을 통해 선발된 조직이 아닌 오픈된 공간에서는 이 기본이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참여자들의 수준은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고 주구장창 끝까지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참여해서 분위기를 방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자를 만나고 싶어서 참석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책없이 들이대며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룬다는 점이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임을 운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을 전제로 합니다. 누구도 저런 애티튜드를 가진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모임장은 이런 조직에 해가되는 이들을 쳐내야 할 의무가 있고 훌륭한 자질을 가진 팀원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합니다. 토론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줘야 하면서, 동시에 지적욕망을 채운다는 목표도 달성해야만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죠. 


모임을 운영하면서 돈적인 문제에서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하고 오히려 자신의 사비를 털어야 합니다. 팀원들의 신뢰를 받는 리더이자 소셜포지션으로도 존경받을 수 있을 정도의 외모/매력/재력/학벌/직장 등의 소유자이어야 하며. 관용적인 마음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줄이고 팀원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애티튜드가 필요합니다. 토론에서는 남다른 식견과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는 에이스군에 속하면서 친목모임에서는 모임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수행해야 하고 때때로 불미스러운 사건, 불쾌한 일이 있을때는 가장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큰 규모, 장기적인 독서모임을 운영해본 리더들의 경우 이 문제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운 좋게 저런 리더가 운영한다고 해도 1년에서 2년남짓. 그 후로도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모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도 많은 기간동안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레바리를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는 엣지있는 사교클럽

친목모임으로의 대전환


이제 트레바리가 취하는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상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독특한 컨셉의 트레바리는 '신나고 특별한 경험'이라는 메세지를 담은 대중퍼포먼스를 통해서 모바일로 이를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을 트레바리의 틈으로 몰고오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내부문제를 키워 위험한 문제를 끌어안는 위기이기도 한 양날의 칼으로 보입니다. 



트레바리는 독서클럽을 홍보하면서 책과 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미지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책을 들고 있는 몇장의 사진을 빼면 이게 독서모임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될 정도이니까요. 이게 어딜봐서 독서모임에 대한 포스팅인가요. 하지만 저는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더 성공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컨설팅의 단위에서는 매우 기본적인 개념인데 기본 단위에서 가치를 추출하기 어렵다면 줌인과 줌아웃을 통해 개념을 확장 또는 축소하여 단위개념을 이전시켜 서비스의 핵심가치로 급부상시키는 전략입니다. 독서모임이라고 하는 개념이 갖고 있는 각각의 구성요소를 면밀히 파악한 뒤 독서모임의 본질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전략을 설계한 것입니다. 


어차피 모바일 환경에서는 복잡하고 어려운말을 써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원초적이고, 직관적이고, 단순한것이 가장 잘 먹히는 것이죠. 그런데 책과 토론, 독서는 이런 개념의 시각화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하여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욕구를 자극하는 제공물을 전달하면 됩니다. 어차피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는 링크를 타고 사이트에서 보여주면 되니까요. 


이것은 최근 야놀자의 전략에서도 많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야놀자 또한 기본적인 단위에서는 유흥을 위한 어두운 문화라는 기본단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놀자는 그러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야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야놀자의 광고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유흥을 위한 공간이고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기본개념을 덮어버리는 또 하나의 환상물을 창조하여 사람들을 열광시킬만한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점

언제나 본질이 우선이다

명심할 것은 이런 방편은 본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포장을 덮어 씌우는 패키징에 가까운 작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야놀자가 위 컨셉으로 여러가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 야놀자 프랜차이즈가 고객에게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간이 지나고 이는 강력한 후폭풍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트레바리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집-학교, 집-회사만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적인 컨셉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판타지를 선물했다면 당연히 그에 수반되는 경험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위 이미지를 본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될까요? 아마 저곳에 가면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겉모양을 저렇게 바꾸기만하고 내부는 여전히 기존에 운영하던 독서모임의 프로세스로 굴러간다고 하면 정말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것이죠. 지적인 컨셉의 특별한 경험으로 업의 본질을 정의했다면 운영의 측면에서도 그러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제 생각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소결

똑똑한 사람들이 연애하러 가는 곳이라는 소문에 관함


트레바리가 처음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시작하는 것을 보았을때 아 이제 곧 오픈컬리지처럼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트레바리는 과거와 비교하여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제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알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들도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슈가 있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생겨나는 대부분의 원인은 트레바리가 통념을 깨부수고 출범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독서모임과는 디엔에이자체가 다른 조직인데 트레바리를 보면서 기존 독서모임을 떠올리게 되면 여러가지로 맞지 않는 결과이겠지요.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새로운 논리와 단어의 설계입니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죠. 갓 도축된 돼지고기를 신선하게 배송해주는 스타트업 정육각이 '초신선'이라고 하는 듣도보도 못한 단어를 설계하고 유통하는 것처럼 이후의 트레바리는 지금의 모습을 설명해주는 매력적인 단어를 만들어 그 단어를 유통해야 할 것입니다. 한방에 각인되는 유행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모든 마케팅은 라이팅에서 시작합니다. 



트레바리: http://trevari.co.kr/pages/l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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