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자꾸만 내면아이? 내면아이라는 말이 쉴 틈도 없이 살아왔던 나의 철벽 바리케이트를 비집고 자꾸만 들어왔어요.
현생 사는 것도 바쁜데...
'내면아이라니? 뭐래는 거야?'
빈정거리면서도 어찌나 매력적인지 강렬한 궁금증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기만 했지 꺼지지 않았어요. 일상에 찌들어 넉다운이 될 무렵이면 또 내면아이에 관한 궁금증은 어느새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내면아이라니? 내면아이가 뭐야?'
내가 내 안에 어린 시절 그 사이즈 그대로 존재한다 거야 뭐야? 드디어 아바타도 흔한 세상이 왔으니, 실체가 없는 내면아이! 있다는데 아니라 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한편, 확 끌리는 내면아이와 관련된 주제는 '치유'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 누구도 스트레스와 피로를 벗어날 수 없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많이 이야기 되는 것이 바로 내면아이를 통한 치유라는 주제 같아요.
저도 한동안 저의 내면아이를 만나야겠다는 작심을 했던 적이 있어요. 작가이다 보니 글을 씀으로써 나름의 방법으로 나의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는데요. 과거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마구 끄적거립니다. 몇 날 며칠을 과거의 상처들을 떠오르는 대로 마구 끄적거리는 동안 명확히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웅크린 채 연탄불을 쬐고 있는 손이 꽁꽁 언 소녀였어요. 너나 할 것 없이 언급되는 치유가 필요한 내면아이라면 바로 이 아이였어요. 울고 있는 그 아이를 보면 지금도 눈물이 주르르 납니다.
곧 작가 정여울의 신간 '나의 어린 왕자'가 도착할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간 빈 교실에서 밀린 업무를 던져두고 쏟아지는 졸음에 겨워 잠시 자세를 흐트리는데 오디오클립 피드는 왜 뒤적거렸는지 모르겠네요.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작가가 자신의 신간 '나의 어린 왕자'의 1장을 낭독해 올린 클립이 떠 있었어요. 반쯤 감긴 눈으로 듣는 건 문제가 없었습니다.
듣다 보니 점점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오후 4시를 달려가는 이 시간에 드디어 쓰고 싶은 글이 떠오릅니다. 작가 흉내만 내는데도, 억지로 쓰는 건 전 정말 질색합니다. 자주 방문해 주시고 꼭 정독해 주시는 이웃을 생각하면, 성의 없이 글을 쓴 날은 정말 스스로가 싫거든요.
작가로서 더없이 즐거운 순간이라면, 단숨에 쓸 만큼 매력적인 글감을 떠올렸을 때인 것 같아요. 항상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마는 그래도 가끔은 그런 날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쓸 수 있을 테지요? 오늘이 저에게는 바로 그런 날입니다.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작가는 '여러분, 내 안의 환한 빛 내면아이를 되찾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내면아이에게도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 주세요'라는 멘트를 끝으로 오디오클립을 마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다들 좋다 하는 어린 왕자. 나는 그 어린 왕자를 읽고 감흥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왜 모두가 자꾸만 어린 왕자, 어린왕자 하는 거지?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네요.
어린 왕자의 의미를 알게 되기 까지, 나작가는 작가답지 못하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인생의 반반 턱걸이에 어린 왕자를 만나다니 참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반성합니다.
온 가슴으로 내 안의 어린 왕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린 왕자를 아직 만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간직한 어린 왕자를 이제 처음 바라 보았고, 결국 첫눈에 반해 버렸네요. 아직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다보니 어린 왕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다만 온통 매력덩어리일 것만은 틀림 없군요.
어린왕자에서 치유의 코드를 걷어내고, 내가 아닌 타인이 예찬하는 그들의 어린왕자를 걷어 내면서, 조금씩 나의 어린왕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어쨋건 이제 처음 사랑하게 된 소중한 나의 어린왕자에게 이름은 꼭 지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뭐라고 지어 주면 좋을까요? 즐거운 고민거리 하나 담아 둡니다.
감사합니다.
#내가잃어버린모든것을가진그아이
#나의내면아이나의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