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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수 May 22. 2024

하루를 살아가는 힘! 별거 없네!

가족이야기

어제는 남편과 큰아이 학교 수업공개 및 입시설명회, 담임선생님 면담까지 알찬 하루였어요. 요즘 부쩍 아이들에 대해 진심인 남편입니다. 사실 나름의 방법으로 늘 아이들을 그리고 아내를 사랑해 왔던 남편인데요, 그야말로 '나름의 방법'으로 그래왔죠. 최근 큰 아이와 공부로 부쩍 불협화음이 많아 고민스러워하더니, 점점 더 '상대의 방법'으로 사랑하고자 애쓰는 모습입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죠. 결국은 상대의 방법으로 사랑해야 사랑이 완성됩니다. 아내에게는 절대 양보하지 않던 이 방법을, 자식이 뭔지 남편은 하나 둘 찾아가기 시작해요. 이제 남편도 나도 많이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제 아이도 많이 성장했나 봅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 소아정신과에도 큰 아이 손을 붙들고 다녀왔더랬죠. 늘 엉뚱하고 남다른 큰아이! 사회성 부분은 특히나 취약해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사회성이 없어도 아예 없으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친구도 데려오고, 가뭄에 콩 나듯 친구 집에 가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는 더 혼란스럽기만 했죠. 기대를 버렸다가 기대했다가, 기대를 버렸다가 기대했다가! 아이의 하루에 따라 엄마 아빠의 희망은 부풀었다가 사그라들었다가, 부풀었다가 사그러드는 날마다 춤을 추는 그런 상태죠. 자이다 보니 지금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토요일마다 함께 게임하는 친구도 있고, 담임선생님 면담 중 친하다는 친구의 이름도 듣게 되어 크게 안심했어요.


막내는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어요. 막내의 중심에는 친구와의 관계가 크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간이 되면 친구를 만나러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어리지만 학원에 보내려면 그렇게 무겁던 궁뎅이가, 두부 사 오게 심부름 시키노라면 그렇게 미적대는 그 아이가, 아직 아침마다 아빠가 아이의 옷을 챙겨주는데, 친구를 만나러 갈 때는 일절 징징대는 법이 없어요. 가뿐하게 나가는데 사실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밖에 못 들을 지경입니다. 못 나가게 할까 사르르 문 열고 나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려운 큰 아이도, 인생이 이미 친구가 절반인 막내도, 친구를 만나 떠들고 놀 때가 가장 충만하고 행복한 표정입니다.


하루를 잘 살아가는 힘이라고 적고, 가족 이야기로 채웠네요.


맞아요! 하루를 잘 살아가는 힘이 결국 나는 두 아이더라고요. 남편은 그림 속 배경처럼 든든하게 그 자리에 늘 있어야 함은 당연하여 하루를 잘 살아가는 힘에 포함시키지도 않네요. 그야말로 없어 보아야 그 소중함을 아는 것이 남편이고 가족이죠. 하루를 잘 살아가는 배경은 남편이고, 하루를 잘 살아가는 비타민은 두 아이입니다. 학교에도 비타민같이 상큼한 아이들로 넘치죠.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네요. 나만 짜증 부리지 않으면 되네요. 비타민이 차고 넘치니까요!


이런저런 하루가 지나가고 저녁이 오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어제처럼 불현듯 걱정으로 채워집니다. '집에 뭐 먹을 거 있나?' 살림을 잘 하지 못하는 살림하수 저입니다. 늘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해요. 가는 길에 다행히 큰 마트가 여러 개 있어요. 시장은 또 말해 뭐해요? 아무리 임기응변 살림하수 똥손 주부도 가족들 만족시킬 수 있는, 커다란 시장이 걸어 다닐 만한 거리에 있어요. 이건 또 무슨 행운인지......


대단한 것을 쓰고 싶었는데, 하루를 잘 살아가는 힘! 별거 없네요. 가족들 배부르고 가족들 행복하면 그게 전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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