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ka Oct 04.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28. 옛 사랑의 추억은 아름다워라,  화양연화 in 홍콩 -(3)

40층 높이의 아파트에 38층에 살고 있던 제프의 집에 들어가니 그의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정갈하고 깨끗한 거실과 키친, 작은 방3개. 홍콩의 외곽에 있던 그의 집은 아담하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출장이 잦아 홍콩에 있는 시간이 없는 그는 가끔 이렇게 나를 초대해 집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곤 했다.

어머니는 항상 친구들과의 브런치와 마장으로 집을 비우셨다. 여느 홍콩 여자들이 그렇듯이.

나는 이별을 잘 하지 못한다. 헤어짐에 능숙하지 못하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기항지인 홍콩을 떠날 때 나는 울고 있었다.

흥에 들뜬 승객들은 저마다 바다를 배경으로, 초고층 빌딩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홍콩을 떠나는 것을 혹시 나만 슬퍼하고 있는 건가?

그들을 바라보며 오늘 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 뒷배경이 되어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바닷길을 외웠을 정도로 많이 와본 이 곳.

하필이면 출항 시간은 애매하게도 오후 5시 였다.

해가 지고 나서라면 백만불 짜리 야경에 감춰져 내 눈물 따위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을텐데..

나는 우는 모습을 조종실 카메라에 잡혀버리고 말았다.

자연 소멸.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별 방법 중의 하나이다. 남녀간에 확실한 이별을 고하는 것도 상대를 상처 주는 일이니 실례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자연 소멸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 해 주는..

홍콩도 내 안에서 언젠가 자연 소멸 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그냥 담담하게 홍콩을 다시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우리 배는 웅장한 카이탁 터미널을 뒤로 하고 있었다.

바이바이 홍콩..

바이바이 제프..

카이탁 터미널에 보야져 호와 레전드 호, 두 척이 함께 정박한 날. 카이탁 터미널은 홍콩 구 공항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그래서 승객들의 승선과 하선 절차가 신속하게 마무리 된다.
이전 26화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