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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Oct 04.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27. 옛 사랑의 추억은 아름다워라,  화양연화 in 홍콩 -(2)

배경은 홍콩의 음침한 뒷 골목길, 두 남녀가 알게 된다.

둘이 살을 맞대야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  

둘은 그저 같이 밥이나 먹고 차 한잔 하는 친구일 뿐인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애처롭게 들리는 키사스의 멜로디와 짙고 낮은 바이올린 선율.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가 마음이 맞아 자주 만나게 되고, 때로는 밥을 같이 먹고, 가끔은 은밀한 관계를 갖는 두 사람을 세상의 시선으로 본다면 불륜이라는 단어를 쓰겠지만, 왕가위 감독님은 당당하게도 화양연화 라는 너무 과감한 타이틀로 탄생시켜 버린 것이다.


누가 봐도 불륜인 이 영화에 ‘인생 최고의 시절’ 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붙일 수 있었던 왕가위 감독님은 얼마나 더 당돌한 사랑을 해보신걸까.

왕가위 감독님의 눈으로 본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썬그라스 너머의 어스르함 속에서는 과연 세상이 그렇게 보일 수 있을까.

우정과 의리도 사랑의 하나이고,

때로는.. 불륜도.. 사랑이라고...

마이 블루베리 나이트 등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는 어쩐지배경이 다 어둡다. 그 짙은 썬그라스 낀 눈 너머로 감독님은 대체 얼마나 많은 가슴 아픈 사랑을 경험 해 본 것일까.


불륜을 한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처음이자 마지막도 아닐테고,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도 수두룩 할텐데.

이렇게 애틋하고 잔잔하게 불륜을 해석하고 풀어내다니..

불륜이 마치 뭐 사랑이라도 되는 양.

역시 거장은 다르다.


사실상 영화에서 원래 먼저 시작한 불륜 커플인 그들의 아내나 남편은 뒷모습과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결코 볼 수가 없는 것은 단순히 의도적인 생략일까.

모든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가 그렇듯 조명은 절제되고 음악이 한 템포 느리게 흐른다.

속 터지는 양조위의 우유부단함도 영화의 분위기에 한 몫을 했다.



“불륜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불륜의 다른 쪽 당사자들에 대한 영화는 흔치 않다. 나는 불륜의 다른 편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인생에는 아픔과 비밀이 있다. 1962년 홍콩은 중국의 공산화 후 본토에서 흘러나온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찬 곳이라 내겐 매혹적인 시공간이었다.”

- 왕가위 감독 -

홍콩의 유명한 딤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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