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퍼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3)
호주 정부는 매해 7월 새로운 이민법을 발표한다. 이민자 들의 문을 좁히고 거르기 위해서다. 해가 갈수록 지고 까다로워 지는 이민법 때문에 Australian Dream 을 접고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사실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비자로 간당간당하게 호주 생활을 연명하다가 영주권도 뭐도 다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크루즈 승무원 면접이 있었다.
나는 그 면접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호주 노선을 담당하는 승무원이 되었다.
참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그토록 살고 싶었던 호주에 이제 나는 일로 가끔씩 가서 잠깐씩 머물다가 온다.
배를 타게 되면서 찾게 된 호주는, 그 옛날 처음 왔을 때랑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여유로운 사람들의 굿모닝 하는 아침인사며 (모르는 사람끼리도!), 깨끗하게 잘 보존 된 그 혜택 받은 자연 환경, 심지어는 그 촌스러운 억양의 호주 영어 까지도(Gooday Mate :D)
호주가 참 한결 같은 나라라서 그렇게 좋았나보다..
한 때 무작정 살고 싶을 때는 퍼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들한테 까지 너도 호주 시민권이 있냐며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일로 드나들다 보니 정작 내가 여기 계속 살았었다면 또 답답해 했겠구나 싶다.
사주에 물이 하나만 들어도 역마라는데, 내 사주를 풀면 물 수(水)자가 다섯개나 나오니.. 물이 고여 있으면 썪듯이, 나같이 물이 넘치는 팔자는 한 곳에 정착하면 오히려 몸살이 나는지, 팔자를 따르니 저절로 돌아다니게 되더라.
그래서 이렇게 역마살이 강한 나에겐 계속 이 나라 저 나라 돌며 살짝씩 방문 하는게 오히려 맞았던 것 같다.
사람 일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내가 그냥 무턱대고 원하는쪽으로 가기 보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고 맞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가보다.
지금 나는 나에게 가장 잘 맞고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다.
행복하다.
그것을 알게 해 준 이 모든 호주 생활과 경험에 감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