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퍼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2)
그 후 나는 퍼스에 있는 면세점에도 취직 하게 되었다. 인천 공항처럼 큰 물에서 놀아봤으면 ‘제대로’ 배워 왔을 거라는 확신이 드셨던 걸까. 리사 매니져님은 처음 봤을 때부터 나를 너무 맘에 들어 하셨다.
면접은 마치 이미 붙었다는 통보를 받기 위해 갔던 형식적인 절차 인 듯, 긴 말 하시지 않고 질문도 몇 개 안 하시고 같이 일하자며,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는지를 물어오셨다.
그리고 책상에 수북히 쌓여 있던 다른 이력서 들을 보여주시며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너를 뽑겠다는 거였다.
이유는 “I Like You” 였다.
아마도 먼 타국에서 오랜만에 보는 검은 눈동자라서 그러셨을까. 리사 매니져님은 필리핀 분이다.
두바이 공항을 총괄 하셨을 만큼 경력이 대단하신 분이다. 거기서 만난 영국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두바이 공항에서는 손을 떼셨지만. 그리고 지금은 남편의 직업 때문에 호주에서 살면서, 아직은 일이 좋고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해, 퍼스의 면세점을 돌봐 주고 계셨다.
그런 분이 나를 맘에 들었다며 같이 일하자고 하셨으니 나도 참 인복은 타고 났다. 너무 든든했다. 매니져님은 퍼스에 아무 연고가 없던 나를 딸처럼 살뜰히 보살펴 주셨다.
그 선택에 누가되지 않게,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당시만 해도 퍼스에 한인이 많지 않았을 때다. 중국인과 일본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인 들의 직원은 있었지만, 한국인 스태프는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한국인의 명예를 걸고 일했다.
어느 날 조금은 생소한 한국인 신혼 부부 한 쌍을 면세점에서 만났다. 신혼여행으로 호주 서부 사막 퍼스에 ?
신부님이 예전에 유학을 한 곳이 퍼스라서, 신랑님에게 자기가 살았던 곳을 보여 주고 싶어 같이 왔다고.
커플 티를 입은 그 둘이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내 이번 생에는 글렀을 것 같은 모습에, 남편과 함께 여행 와서 나 살던 곳이라며 옛날 얘기 할만할 여유로운 날이 내 평생 있을까 하고 그 둘을 마냥 부럽게 바라 보았다.
진정으로 행복하시길 바래 드렸다.
아이고 내 팔자야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