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Home, Sweet Home
이따금 ‘도대체 인간은 무엇 때문에 여행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의 형태를 다른 모양으로 바꿔 놓고 있을 뿐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루키의 여행법 중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
오랜만에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6개월 만이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내 나라 내 공항, 자랑스러운 인천 공항에서 Foreign Passport 가 아닌 내국인 전용 여권 카운터에 줄을 섰다.
예전에 한번 브리즈번에서 나를 공항에 태워다 준 택시 드라이버는 나를 내려주며 ‘have a soft trip!’ 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 safe 라는 단어 대신에 soft 라는 단어를 썼다.
오랫동안 그 말이 귓가에 맴돌며 여운이 남았다.
그 후로 호주에서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에 천방지축 hard 한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으니까 고생도 사서 한다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현실에 정착하고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싸돌아 다녔다.
그래서 그 말이 더 와 닿았나 보다.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여행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고생스러운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다.
두바이 7성급 호텔, 칸쿤 해변, 지중해 크루즈 같은 편안한 여행은 나이 들어서 해도 충분하다. 아직 청춘이라면 더 가슴 뛸 만한, 추억에 남을만한, 나이 들어 두고두고 얘깃 거리가 될만한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각 나라에 내가 놀러 간다고 하면 기꺼이 집에서 재워 줄 수 있는 친구 한 명쯤 있다는 거. 그리고 출발부터 낯설어야 할 외국 땅에 입국할 때, 그 친구들이 공항에 마중까지 나와 있다면 그래도 인생 헛 살지 않은 거다.
이기 적이고 편협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세상은 걸림돌과 장애물 투성이였고, 구속 당하기도 싫어해서, 내 맘대로 안되고 틀에 갇혀 규율에 따라 살아야 하는 사회 생활은 그야말로 박치기와 상처 투성이의 연속이었다.
그런 내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은 너그러워 졌다면 순전히 여행을 통해 얻게 된 평생의 재산이다.
나는 왜 사람들이 그토록 여행에 목말라 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것은 여행이 끝나면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닌게 된다.
나를 데려다 준 대한 항공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하자 말 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긴장이 다 풀려 몸이 녹을 것 같다.
내 나라, 내 고향이다.
입국 심사 때 이 나라에 입국 목적이 무엇인지, 지인이나 친척 또는 가족이 있는지, 어디서 얼마나 체재를 할 것인지, 동반은 있는지, 임시 연락책 이나 현지 연락처에 대한 질문은 당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십시오” 법무부 입국 심사대의 직원분께 진심 어린 한마디로 인사를 건네고 나온다.
역시 대한민국이 최고다, 인천공항이 최고다. 라는 번복 할 수 없는 안정감. 숨을 크게 쉬고 눈을 감았다.
여긴 내 나라 대한 민국이다. 너무 행복하다.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내 집, 내 식탁, 내 침대의 내 자리를 상상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여행자이고,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피로, 같은 두려움, 같은 이기심과, 같은 너그러움도 갖고 있으므로 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I am not foreigner because I haven’t been praying to return safely home, I haven’t wasted my time imagining my house, my desk, my side of the bed. I am not a foreigner because we are all travelling, we are all full of the same questions, the same tiredness, the same fears, the same selfishness and same generosity.
파울로 코엘료 <알레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