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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Feb 13. 2022

야경

일상 에세이

새벽의 고요함도, 아침의 활기참도 내게는 익숙하다. 한낮에 비치는 뜨거운 햇살도, 바람 부는 늦은 오후의 산책도 나의 일상이다. 그런데 오늘은 오랜만에 밤에 집을 나가 거리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봄이 오려나, 바람도 잔잔하고 걷기에 찬 기운이 덜했다.


길거리 야경을 보는 것은 나의 일상이 아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만 머무는 나에게 야경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다들 잠들었을 것만 같은 밤. 오직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 도시 불빛 아래의 야경은 시골길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고요한 것 같으나 고요하지 않고, 번화하나 번화하지 않은 이중의 매력. 도시의 야경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나는 거리의 다채로운 불빛이 만드는 아름다운 반짝임이 낯설다. 그래서 더 묘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에디슨의 저 오래된 발명품이 아니었다면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인류가 어찌 이 밤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지냈을까. 새삼 감사하다.


불 밝힌 전등 하나하나에 깃드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밤을 새우며 오갈 텐데 거리는 무척이나 고요하다. 귀를 기울여 듣는 무던하고 잠잠한 그들의 이야기는 시끄럽지 않다. 다행이다. 모두들 잠들기에 딱 알맞게 나누는 그들이 이야기.


오늘 낮에 그들의 거리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엄마와 아이가 손 붙잡고 지나갔을 수도, 거리를 청소하는 분의 빗자루가 거리를 말끔하게 해 주었을 수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천천한 걸음걸이나 직장인들의 바쁜 걸음도 그들을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영화관의 필름처럼 다시 보일 듯 지나갈 것만 같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누는 모녀의 다정함이, 비질하는 분의 피곤한 한숨이, 사랑하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잠언이 들릴 듯도 하고. 그들의  어떠했는지   기울여 듣고 싶지만 이만 나도 자야 한다...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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