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쯤 아직 초록색 일 때 딴 귤을 청귤이라 한다. 이것은 주황빛으로 익었을 때보다 비타민이 많다. 그냥 먹기엔 너무 시다. 그래서 설탕을 넣어 청을 만든다.
며칠 전, 아는 분이 청귤을 주셨다. 그날 초저녁부터 졸렸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일 담을까.. 그러면 귤이 물러지고 색이 노래질 텐데..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청을 담기로...
청귤을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깨끗이 씻어 꼭지를 썰어 버리고 얇게 저민 후, 설탕과 청귤을 일대일로 큰 그릇에 버무려 소독한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고 설탕으로 맨 위를 소복이 덮으면 청귤청 만들기 끝이다.
계절이 변하여 나오는 갖가지 열매들로 청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 손에 익은 익숙한 일이 되어간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살림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도 자연스레 손에 익어가는 일들이 하나 둘 생긴다. 다행이다.
매실, 오미자, 파인애플, 양파, 생강 등을 손질하고 청으로 만드는 일은 계절마다 또는 너무 많아 한꺼번에 먹기 힘들 때 우리 집의 작은 이벤트다. 시간이 지나 맛이 잘 어우러지면 물에 타서 마시거나 요리할 때 양념으로 쓰면 은은한 단맛을 낼 수 있어 좋다.
그냥 먹기에 시거나 떫은 과일에 설탕을 넣은 뒤 과일에서 나온 즙과 설탕이 어우러져 적절한 맛으로 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람들의 말이나 글도 아무렇게나 나오지 않는다. 과일이 특유의 맛이 있듯 사람도 그 사람 특유의 맛이 있다. 그 사람 내면의 생각과 감정이 겪은 경험들을 통해 다듬어지고 그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 결국 말과 글로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다.
청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의 됨됨이가 은은한 과일향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한순간에 어떤 사람의 됨됨이가 형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됨됨이를 만들어 내기에 적절한 시간은 오랜 시간, 때로는 인생 전체가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의 됨됨이는 아직도 은은하고 아름답기에는 부족한 것일 거다. 그럼에도 나의 향이, 사람의 됨됨이가 아름답고 은은하기를 유리병 속 청귤청을 바라보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