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남편이 마트에서 산딸기를 사 왔다. 산딸기는 어린 시절 산에서 먹던 모양 그대로였다. 동그란 씨 덩어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 그 맛은 새콤하고 떨떠름했으나 계속 손이 가던 그 산딸기를 오늘은 산에 가지도 않았는데 맛을 보다니 참 운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오늘 맛 본 산딸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집 막내는 딸기모찌를 만들어 먹자고 노래를 불러왔던 터였다. 딸기가 마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어 딸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저하고 있었다. 냉동실에 있던 딸기로 만들어 볼까 해서 녹여서 해보았더니 물이 나와 별로였다. 그러던 차에 신선한 산딸기가 오늘 우리 집에 온 것이다. 산딸기도 딸기가 아닌가.
요리는 어차피 응용이다. 대체물을 쓰면 어떤 때는 원래 재료보다 더 맛있을 때가 있다. 그러니 감이 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 먹을 수 있는 것들로 만드니 실패해도 큰 일은 안 난다. 딸에게 "딸기 모찌 대신 산딸기 모찌 어때?" 했더니 맛있을까 미심쩍어 하긴 했다. 하지만 어차피 '놀면 뭐하나, 한 번 만들어 보자' 하고 산딸기 모찌 만들기 시작.
마트에서 산 건식 찹쌀가루 100g, 설탕 20g, 소금 한 꼬집을 잘 섞어 두고 물 100g 정도를 뜨겁게 끓였다.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저으며 물을 두세 번에 나누어 부었다. 딸기모찌 만들기를 검색하면 팥은 연양갱을 쓰곤 한다. 나는 이전에 삶아서 냉동해 놓았던 것으로 대신하고 산딸기 씻어서 채에 받쳐 물을 빼 재료 준비 끝.
가루류와 뜨거운 물 섞은 것을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 날가루를 익혀주고, 섞다 보니 물이 많아 질척거렸다. 찹쌀가루를 조금 더 넣고 전자레인지에 또 2분 돌렸다. 감자 전분을 도마 위에 깔고 치대기를 딸이 몇 번, 남편이 몇 번, 나도 몇 번. 떡은 치대기를 잘 해야 맛있다.
반죽이 야들야들하게 되었다 싶을 때, 몇개의 덩어리로 나눈 반죽을 도마에 놓고 밀대로 밀어 만두피처럼 만든다. 팥과 산딸기를 넣어 마무리. 참 쉬이 끝내고 치우고 사진 찍고 먹었다. 찹쌀 반죽도 잘 되었고, 산딸기는 입 안에서 톡톡 터지고 팥도 씹는 식감이 좋았다. 대체물로 만들었는데도 나름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오늘 야식은 이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