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는 동화
옛날 옛날 콩 보리밥 먹던 시절 은콩이, 낭콩이, 밤콩이 콩 삼 형제가 살았다. 셋은 너무 사이가 좋아 서로 콩냥 콩냥 잘 놀고 잘 자랐다. 하루는 콩 삼 형제가 마을에서만 놀기 심심해 여행을 떠났다. 콩깍지를 배낭에 챙겨 밤엔 덮고 자고 낮엔 썰매로 이용하기로 했다. 셋이 콩깍지 하나면 충분했기 때문에 짐은 많지 않았다.
낮에 썰매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다 보니 마을이 나왔다. 셋은 먹을 것을 하나도 안 챙겨 왔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있을까 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콩 형제를 본 마을 주민들은 웅성거렸다. 그 마을은 원래 두부마을이었는데 어느 가뭄이 심하던 때부터 콩이 사라져 두부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콩들이 오자 마을 사람들은 다들 콩 형제가 그 마을에 남기를 바랐다. 콩을 많이 생산해 주면 마을 전체가 다시 활기를 띨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첫째는 생각했다. "콩이 다시 나기 위해서는 심긴 씨앗이 죽어야만 하는데.." 동생들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
첫째 은콩이는 형제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하잖아. 이 사람들은 콩이 없어서 두부를 못 만든다고 하니 내가 여기 남아서 씨앗이 되어 콩이 열리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나는 여기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콩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여행은 너희들끼리 가고 나중에 돌아와서 나에게 여행 소식 들려줘."
낭콩이와 밤콩이는 첫째형이 마을에 남아 씨앗이 되면 다시 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형을 말리고 싶었지만 평소에 따듯한 마음을 가졌던 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콩 형제들은 헤어지기 슬펐다.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형의 마음을 이해한 두 콩 형제는 형을 남겨 놓고 콩깍지 썰매를 타고 다른 마을로 갔다. 그다음엔 두유 마을로 갔다. 두유 마을도 가뭄 이후 콩 농사가 시원치 않았다. 콩이 없어 두유를 못 만들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다음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던 터였다.
낭콩이와 밤콩이는 망설였다. 둘 중 하나가 형처럼 마을에 남아서 씨앗이 되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둘째 낭콩이가 남기로 했다. 형의 마음처럼 자신도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콩을 남겨 사람들이 좋은 두유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했다. 낭콩이는 막내에게 말했다. "막내야, 나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면 좋겠어. 너 혼자만이라도 즐거운 여행 하기 바래."
밤콩이는 둘째 형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홀로 마을을 떠났다. 밤콩이는 콩떡 마을로 갔다. 콩떡 마을도 가뭄 이후 콩이 없던 차였다. 콩떡에 넣을 콩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다. 밤콩이는 두 형들을 생각하며 콩떡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여기서 씨앗이 되겠다고 말했다. 콩떡 마을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맞았다.
셋은 모두 지나가던 각 마을에서 씨앗이 되어 그곳에 남았고 그들의 여행은 그렇게 마을을 거치며 끝이 났다. 마을마다 세 형제로 인해 콩이 다시 났고 두부와 두유와 콩떡을 만들어 팔아 마을들은 다시 활기가 생겼다. 세 형제들이 거쳐간 마을들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두부마을과 두유 마을과 콩떡 마을에서 자라난 친구들은 콩 형제들을 생각하며 콩으로 만든 음식들을 잘 먹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바쳐 마을을 살려준 것과 그들로 인해 자신들도 태어나 자랄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