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날도 덥고 습한 이런 날씨엔 세균이 잔치할 것 같았다. 옷을 한 번 소독해서 빨아야겠다 싶었다. 옷들을 화장실로 가져갔다. 물 5l에 락스 30ml를 섞어 두고 분류해 놓은 옷들을 차례로 담갔다. 하나하나 락스 물에 적시며 시간이 지나면 물로 헹구어 세탁기로 가져갈 참이었다. 옷을 담그기 시작하자 락스 물 푼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옷이 꽉 찼다.
스테인리스 그릇이 넘칠 것 같아서 멈추고 보니 다른 대야에 평소 즐겨 입던 내 바지 두 벌과 티셔츠가 남았다. 일정량의 물을 받고 락스 용량을 계량해야 했지만 이미 물에 담겨 있는 옷들에 락스만 뿌리면 될 거라 생각이 들었다. 순서를 바꾼다고 별 일 있겠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오늘 사건의 시초였다. 옷이 물에 담긴 채로 락스를 뿌렸다. 그런데 갑자기 진한 남색과 갈색 반바지, 검정 티에서 물이 빠졌다. 순식간에 옷 몇 벌이 얼룩덜룩하게 변했다.
아.. 내가 좋아하던 옷들인데. 색깔 옷과 락스는 주의해야 하는 품목이었던 것을 사고 후에 깨우치다니. 색깔 옷에 락스를 그냥 뿌리면 안 되는 거였다. 아침잠을 다 깨지도 않은 졸린 눈을 비비며 날 더워지기 전에 시작한 일이었다. 갑자기 맑은 정신이 들었다. 덕분에 잠이 다 달아났다. 더위 탓과 졸음으로 몽롱한 아침 탓을 해 봤자 일은 벌어졌고 내가 친 사고는 수습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내 옷만 얼룩덜룩해진 것을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옷이 얼룩덜룩하게 변했다고 마음까지 얼룩질 필요는 없다. 사고라고 해도 옷은 다시 사면되고 사람 안 다쳤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거다. 이 일은 뭐든 내 맘에 편한 대로 하려는 습성 때문에 난 사고였다. 일을 할 때 순서도 계량도 사용법도 좀 더 자세히 알고 해야겠다. 이렇게 마련된 새로운 습관은 얼룩덜룩하게 변한 옷 세 벌과 바꿀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습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후부터는 조심하리라 굳게 다짐해본다. 당분간 잠옷은 안 사도 되겠다. 옷 세 벌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