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요리

일상의 기억

by stray
요즘 나는 아들을
신(新) 자린고비족이라 부른다.



아들은 유튜브 요리 채널에 맛을 들였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욕구를 요리 채널을 통해 충족하는 듯하다. 아들이 밥 한술 뜨고 영상 한 번 보며 밥 먹 모습을 보노라면 그 옛날 자린고비가 굴비를 앞에 매달아 놓고 밥 한번 먹고 매달린 생선을 바라보던 눈길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아들의 눈빛은 참 간절하고도 애절하다. 자린고비 도를 넘은 절약을 하느라 매달린 굴비 하나로 반찬을 해결했으나 지금 우리 아드님은 식욕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 영상을 보고 또 본다는 것이 다를 뿐.


남편과 나는 영상만 보지 말고 차라리 먹고 싶은 음식 재료를 사서 만들어 보라고 몇 번 말했었다. 아들은 자신이 없는지 시도하지 않았었다.


저녁밥을 먹던 , 아들이 요즘 주로 보는 요리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평소에 거의 모든 영상을 빠지지 않고 봤었는데 새로 올라온 영상 반가움 가득. 밥을 먹으며 한참을 들여다보던 아들은 요리를 시도해 보겠다는 결심을 했는지 집에 재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메뉴는 크림소스 스파게티. 다른 재료는 다 있었고 베이컨과 파마산 치즈 없었다. 이런 일은 아들에게는 드문 일이라 눈치 빠른 아빠는 아들 맘 변하기 전에 얼른 재료를 사러 갔는데 파마산 치즈가 없어서 베이컨만 사다 주었다.


아들은 우선 누나의 도움을 받아 스파게티를 끓일 물을 냄비 가득 담고 김치를 담아도 될 만큼 많은 양의 소금을 물에 넣어 저었다. 저울을 꺼내 몇 인분을 할지 계산을 해가며 스파게티의 양을 재고 불을 켜서 물을 끓이는 동안 양파를 깠다. 작은 칼을 꺼내 양파를 다지다가 잘 안 든다며 큰 칼도 가져와 칼로 다지고 손이 맵다고 손을 씻어댔다. 손질해 놓은 베이컨도 칼로 썰어 놓 우유도 양을 재어 컵에 따라 놓고.. 양파와 베이컨을 볶 난 뒤 우유를 부어 끓인 후 소스를 졸였다. 그리고 소금과 끓여 놓은 면을 넣어 버무려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완성.


아들은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요리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고 싶었는지 유튜브 채널의 요리사 선생님처럼 면을 젓가락에 돌돌 말았다. 접시에 예쁘게 담기만 하면 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나 보다. 몇 개 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접시는 누나에게 맡기고 자기 몫만 가지고 가서 무엇이 그리 급한지 혼자 후루룩후루룩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뭐가 빠졌고 아쉬웠는지 혼자 중얼중얼.

우유를 너무 많이 부어 국물이 조금 많고 파마산 치즈가 마트에 없어서 못 산 것이 맛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을 뿐, 아들이 처음 해준 스파게티는 맛있었 가족들은 만족했다.

"처음인데 너무 맛있다~ "

"이제 요리하는 남자 되는 거야? 멋있다~~"

가족들의 칭찬에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는 듯 아들의 멋쩍은 미소로 저녁 간식 시간 마무리.


신(新) 자린고비족이라도 좋다. 간식만 만들어 준다면.. 그런데 차라리 밥을 해주면 안 되겠니? "엄마는 욕심이 끝이 없다"던 아들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게의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