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시가 되어
내 뜻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인생.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놀면 안 되었고
놀면 안 되는 나이부터는
학교를 다녀야 했고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했고
공부를 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보아야 했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하라는 숙제를 해야 했고
숙제를 해야 되니
놀 수 없었던
내 의지와 뜻대로 살 수 없었던
지나온 나의 인생.
결혼 이후,
내 몸이 몇 개로 나뉘면
좋을 것 같던 날들이 지나가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내 마음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시간이 왔다.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왜 이렇게 했냐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오롯이 나를 만나는
온전한 자유시간.
인생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아직도 내가 무언가 시작할
힘이 남아 있기를
그리고 인생의 남은 삶
자유롭게 누리기를
가을의 문턱에서
마음 가는 대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