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차는 어떻게 생겼었지? 나무는? 꽃은? 새는? 말은? 요즘 나는 그림을 그리느라 평소에 잘 쳐다보지 않던 것들을 보고 또 본다.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나는 내가 보는 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하다. 이전부터 눈으로 봐와서 익숙했고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보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만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상을 관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관찰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관찰하며 보이는 것들에 관심이 생기면 관찰의 대상을 이전보다 조금 더 알게 된다. 대상을 전보다 더 알아가다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그림을 잘 그리던 못 그리던 상관없이 나는 대상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로 인해 마음이 부유해진다.
새로 태어나 걸음마를 할 때쯤이었을까. 나는 세상을 보며 모든 것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걷기가 익숙해지며 세상에 있는 물건들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여기며 나의 궁금증은 사라졌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다시 아기가 된 듯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차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나무가, 꽃이, 새가, 자전거가, 의자가... 세상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로 북적대고 내 마음은 그것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보이는 것이 새로우니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그래서 매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