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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Nov 25. 2022

늘 한결같다.

일상 에세이

한결같다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다는 뜻이다. 또는 여럿이 모두 꼭 같이 하나와 같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 말은 좋은 상황에서도 쓰이고 안 좋은 상황에도 쓰일 수 있다. 이 말은 변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로 언제나 그윽한 향을 품기는 사람에게 칭찬의 어조로 쓰이기도 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 안 드는 일을 반복하고 그치지 않는 사람에게 질책 조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은 높낮이가 있다. 누구나 기분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의 기분이 좋을 때는 한없이 친절하고 상냥하다. 그러다 그의 기분이 나빠지면 거리를 두어야 다치거나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다. 감정에 따른 사람의 말투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기분 좋은 때는 그 말이 봄빛을 쬐는 것처럼 따스하다가도 기분이 나쁜 순간에는 가시가 돋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아이들의 삶에도 한결같지 않은 부분들이 툭툭 삐져나오곤 한다. 성적도 오르락내리락, 글씨가 컸다 작았다, 화를 냈다가 짜증을 냈다가 웃었다 울었다 갈피를 못 잡게 들쭉날쭉하다. 


사람의 실력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요리를 한다고 할 때, 어떤 날은 맛도 좋고 모양새도 보기 좋은 정성이 가득 담긴 풀코스 요리를 선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날은 흐트러진 모양새뿐 아니라 음식 맛이 조화롭지 않은 별세계의 맛일 수 있다. 또는 어떤 일을 맡아해야 할 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세심하게 챙기고 순서를 정해 별 탈 없이 해 나가지만, 자신이 하고 싶지 않거나 잘 못하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처럼 꼭 같이 해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겨울 패딩 길이만 해도 그렇다. 어느 해에는 패딩이 길었고 사람들도 다들 롱 패딩을 입어야 하는 것처럼 롱 패딩을 입고 다녔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다음 해에는 숏 패딩이 유행이어서 롱 패딩들이 겨우내 옷장 한구석에 밀려나 있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일이나 사람에 관한 태도가 한결같이 정직하고 말에 한결같이 누군가를 배려하며 따스한 온도를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아 어떤 일을 할 때 한결같은 실력을 지닌 자들, 즉 한 가지 기술로 승부하는 사람들도 흔하지 않다.  


모든 일에 안정적이고 평온하며 누군가에게 배려심이 깊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항상 다른 누군가를 편안하게 해 주는, 이런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복이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 옆에 꼭 붙어 있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쉬운 사회면 좋겠다. 살기 어렵다고 하는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 피곤한 사람들이 쉼을 얻고 또 살아갈 힘을 얻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긍정적인 의미로 늘 한결같은 그런 사람. 그럼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텐데..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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