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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Apr 13. 2023

고무장갑

일상은 시가 되어

당차게 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아도


너만 보면

나는 용감해진다.


기다란 네 팔은

나를 위해 태어난 듯


긴 옷소매마저

귀히 감싸고


네가 감싼

나의 손은


그 어떤 부끄러움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너로 인해

나는


전쟁터의 장수가

적을 무서워하지 않듯


뒤로 물러

도망치고픈 마음에

용기가 샘솟고


미끌미끌 끈적끈적한

온갖 오물들

호기롭게 마주할 힘 얻는다.


물기 마를 날 없이

고된 날들


내 손과 함께 싸우느라

고생했다.


고맙다.

고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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