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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04. 2022

'재능'이라는 덫, '꾸준함'이라는 닻

일상 에세이

브런치에서 이런 문자가 왔다.

꾸준함 자체는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물은 아니다. 그저 어떤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과정이다. 그 단어는 사실 내게 매력적인 호감을 주거나 가슴 설레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을 생각할 때 지루한 반복의 수레바퀴 속에 나를 밀어 넣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 꾸준하게 해왔던 것들 중 하기 싫은 일들이 많았던 탓일까. 그러나 '꾸준함' 뒤의 '재능'이라는 단어는 느낌이 좀 다르다. 지루하고 하기 싫은 어떤 것을 연상시키기보다 인생을 살 때, 꼭 필요한 어떤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나는 인생에서  남들보다 재능 있는 무엇을 가졌다고 생각해  적도, 재능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일을 하며 자리를 지키는 인생을 살았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누구든 해낼  있을 정도로 일을 해냈을 , 내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자리에서  영광을 누려본 적도 없다. 그래서 재능 많은 사람들을 보면 '내가 갖지 못한 어떤 것을 그들은 가지고 누리고 있으니  좋겠다' 부러움 ,  편으로는 '  사람만 저런 재능을 가진 걸까'라는 시기 반이었다.  


그런데 위 글을 받은 나는 꾸준함을 통해 이루어 가고 싶은 어떤 목표나 과정을 생각하기보다, 그 꾸준함으로 낼 수 있는 어떤 성과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위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내가 마치 꾸준함으로 이미 재능을 얻었고, 그 결과 책을 낸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꾸준함을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다른 말인 노력, 인내, 고통, 좌절 같은 단어가 아닌, 그로 인해 얻게 될 콩고물에 먼저 마음이 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들여야 할 어떤 노력을 배제한 상태에서 얻게 되는 콩고물은 내 삶 속에서 일종의 덫이 되게 마련이다. 여우와 고양이의 말을 듣고 금화를 땅에 묻어 금화 나무를 통해 몇 배의 금화를 얻고 싶었던 피노키오처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알림글을 보니 내가 집중해야 할 단어는 '재능'이나 '책 내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얕은 문해력으로 인한 비약의 결과였다. 꾸준함으로 얻게 되는 콩고물에 마음 쏠림이 아닌 "자주 이야기를 써달라"는 이야기로 들어야 했다.


내가 쓴 이야기로 내가 어떤 재능을 얻게 되거나 그로 인해 책까지 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은 그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루어내야 하는 '꾸준함'인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꾸준함은 영혼의 흔들림을 막아주는 일종의 닻과 같은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축구선수 이영표는 <생각이 내가 된다>라는 그의 책에서 "재능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노력과 인내, 고통과 좌절을 친구 삼아 천천히, 묵묵히 나아가면 된다. 그 시작은 지극히 작은 것이면 충분하다.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매일매일 한 걸음씩 걸으면 된다. 우리가 좌절하는 이유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 이영표 <생각이 내가 된다> (p38)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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