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기쁨으로
딸이 2박 3일 다녀갔다. 즐거웠으면서도 평소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일은 엄마랑 동생이 오기로 했고.
그래서 오늘은 오전 수영을 마치고 카페에 들르기로 했다. 집도 조용하지만 집에는 또 여러 가지 집의 일들이 쌓여 있으니 잠시 모두 내려놓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영장에 갔더니 오랜만에 M과 S가 왔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빠졌다.
같이 차나 밥을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녁에도 독서 모임 사람들과 저녁 식사가 있어서 낮에 까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는 않은데도.
처음 수영장에서 셋이 같이 만났던 날 동생들인 S가 밥을 사고 M이 차를 샀다. 곧 다음엔 내가 사야지 생각했는데 그게 한 달여 시간이 흐르면서 기회가 없었다.
왠지 언니로서 그게 빚처럼 느껴져서 약간 강박증이 생겼나 보다. 기회 되는 대로 빨리 갚아야지 하는.
수영 수업이 마치고 각자 연습하다가 S에게
"밥 먹을까? 차 마실까?"
하고 물었다.
S는 얼굴에 약간 난색을 띠며
"오늘은 M이 못 가잖아?"
했다.
"그럼, 다음에 M이 갈 수 있을 때?"
하니 끄덕끄덕한다.
M은 딸아이가 방학특강 수영 수업을 곧 올 거라 아이의 수업이 끝나야 갈 수 있고 S도 아이들 방학이라 곧 집에 가서 아이들 점심밥을 해줘야 한다. 게다가 오늘 S는 조금 더 수영을 즐기고 싶은 눈치다.
나는 강박증에 눌려 내 내면의 욕구도 S 내면의 욕구도 무시하고 서툴게 어떤 의무감으로 함께 점심 먹기를 청했다. 자연스러운 욕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을 밝음과 반가움과 기쁨의 만남 대신에. 부끄러웠다. 의무감으로,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만남을 청한 얄팍한 자신의 모습이.
조급하지 말고 조금 더 느긋하게 나를 살피고 타인을 살펴야겠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얼굴 없는 의무감의 노예가 되지 말고.
지금 혼자 조용한 카페에서 머무는 이 시간이 참 좋고 나를 편안하게 이완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