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ream Apr 24. 2024

나의 노래 '아침'

이렇게 살아도 되네 13편

  범물동으로 옮긴 선생님 작업실로 작곡 수업을 들으러 다닐 때는 열심히 연습해서 내가 운전해서 다녔다,  

  어느 날, 어떤 곡을 쓸까 생각하면서 선생님 작업실에 다 와갈 때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두 손에서부터 록비트가 느껴지고 몸이 리듬을 따라 살짝살짝 흔들리면서 비트에 얹힌 노래 마디가 떠올랐다.

 ‘눈을 떠보면 한 조각 햇살......’

 곡을 쓰면 자꾸 단조의 슬픈 곡조가 떠오르곤 했다. 아직 뛰어넘지 못하고 해소하지 못한 가슴속 슬픔과 응어리가 조금씩 정화되어 가는 과정이었겠지. 하지만 이제 그만 거기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밝은 장조 느낌의 곡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달리는 자동차의 진동이 내 의식을 흔들어 끌어낸 걸까, 문득 리듬감 있는 곡조가 떠오른 거였다. 선생님과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치며 우리 집의 아침을 담은 곡을 썼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창이 넓은 거실을 지나 침실 방문 창호지까지 햇살이 비쳐 들어 빛나는 하얀 조각이 아침을 알려주는 봄날이었다. 일어나 거실에 나서보면 창밖에 박새 두 마리가 오르락내리락 제제거리며 파닥대고, 담장아래 하얗게 핀 조팝나무 가지에는 수십 마리의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호르르 몰려와 꽃을 따먹으며 조잘댔다. 집 앞 전기 줄에는 노란 딱새 한 마리가 황홀한 노래를 봄 공기 속으로 뱉어 놓으며 짝을 부르고, 모두 이렇게 나와 아침을 맞이하는 노래로 완성되었다.      


     아침

 눈을 떠보면 한 조각 햇살

 방문 창호지에 걸려 빛나고 있지

 부스스 꿈을 털고

 밤의 숲을 나아와

 하루를 여는 새 아침

 나를 깨우네

 무릎 짚고 일어나

 방을 나오면

 창문 밖에 포르륵

 박새 두 마리

 조팝나무 가지엔 

 붉은머리오목눈이들

 전깃줄에 홀로 앉은

 노란 딱새

 뾰록뾰로록 휘피리피피

 다들 빛 속에 나와 하루를 여네

 모두 빛 속에 나와 오늘을 여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노래 ‘땅을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