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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Apr 18. 2024

나의 노래 ‘땅을 보고’

이렇게 살아도 되네 <12편>

 2005년, 막 초등학교 일학년이 된 딸과 아침마다 스쿨버스를 타러 마을 앞 도로까지 걸어간다. 도랑을 따라 10분 정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는 짧은 데이트 코스였다. 철따라 풀꽃들이 피어나고 작은 동물들이 오고갔다. 가끔은 지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랑물에 떠내려가는 두꺼비를 건져주었다는 굉장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 엄마, 나는 맨날 땅을 보고 가거든.”

 “ 그래? 왜?”

 “ 왜나면, 그래야 개구리 안 밟으니까.”

 “ 아, 그렇구나!”

 시골 길이라 농사용 수로 옆으로 개구리들이 많이 뛰어다녔다. 눌려 터진 무당개구리며 말라붙은 지렁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개미들과 달팽이가 있었다. 사실 개구리가 불쌍해서라기보다는 밟으면 징그럽기 때문이라나, 하하.

 아이의 말이 재미있어서 노래로 지었다.     

 땅을 보고

 나는 맨날 땅을 보고 가는 사람

 이리저리 땅을 보고 가는 사람

 내가 왜 땅을 보고 가냐면

 그래야 개구리 안 밟으니까

 그래야 달팽이 안 밟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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