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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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먹고 싶어 한다.

점심, 저녁 끼니때가 되면, 활동량이 많을 때는 때가 되기도 전에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배고픈 걸 잊고 일하다가 갑자기 심한 공복감에 기운이 쭉 빠지고 쩔쩔매면서 어쩔 줄 모를 때도 많다. 소화가 굉장히 빠르고 먹는 것을 즐긴다. 요리와 맛 집에 대한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본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배고플 때가 별로 없다.

일어나자마자 호흡명상과 스트레칭, 찬물 샤워를 하느라 바쁘다.

따뜻한 물이나 커피를 마시며 책상에 앉는다. 하루에 대해 생각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쓴다. 고양이들이 울면 밥을 주고 강아지 토토랑 대문 밖에 가벼운 산책을 나가 아침 햇살을 맞이하기도 한다.

사과를 한 알 먹거나 빵이 있으면 한 조각 먹기도 한다.

읽던 책을 조금 읽거나 쓰려고 했던 글을 쓴다.


그런데, 밥을 먹고 싶은데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전전긍긍하는 남편이 마음 쓰인다.

알아서 척척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남편의 밥때에 맞추다 보면 내 배가 고플 때가 없다. 나는 소화력도 떨어져 다음 끼니때가 되어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 먹고 싶지 않을 때 마지못해 먹는 일이 쌓이니 먹는 게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는 남편에 대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공방 일을 같이 하는 우리 부부는 서로 떨어져 있을 때가 별로 없다. 오늘은 각자 알아서 먹고 알아서 자기 시간을 보내자고 선언했다.

아침에 남편이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서 밥 먹자는 걸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뭔가 빠져서 하고 있던 일이든 놀이든 그 흐름이 자꾸 끊어지는 것도 싫었다.

아침에 읽으려던 책을 마저 읽고 뭔가 먹고 싶어 져서 간단히 식빵 두 개를 우유에 찍어 먹고 잘 익은 홍시 두 개를 먹었다. 충분했다.


택배 보낼 걸 싸서 보내고 민박집 주방 정리를 하고 나서 오후 체험 손님들을 맞이한 건 오후 4시 반. 남편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느낌이 왔다. 배가 몹시 고픈 것이다. 뱃속의 음식은 완전히 분해되었다. 시간은 5시. 수업이 끝나면 독서 모임에 가야 해서 지금 아니면 먹을 시간이 없다.

‘지금 밥을 먹어야겠다!’


슬며시 나와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밥통에 식은 밥이 작은 공기 하나 정도 남아 있다.

남은 된장이랑 남편이 어젯밤에 만든 진미채 볶음이랑 밥을 먹고 싶었다. 굵은소금을 살짝 친 달걀 프라이도!

역시 시장이 찬이지. 배고프니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 한 숟갈 한 숟갈이 꿀맛. 뚝딱 밥 한 끼 먹고 나니 에너지가 돌았다. 기분도 좋다. 남편이 수업 끝나고 먹을 밥을 전기밥솥에 안쳐놓고 마트 가서 남편이 좋아할 찬거리 몇 가지 장봐다 놓고 공방으로 돌아갔다.


배고플 때 먹고 배고프게 활동하는 게 진리다. 나의 배고픔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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