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이에 글을 먼저 쓴 뒤, 브런치에 옮겨 적는다. 가끔, 아니 종종, 키보드를 사용할 때와는 다른 손의 모양, 감각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4일간 글을 적지 않았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과 생각들을 모아 이 글에 모아 담아보려 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오해하게 된다. 그럴 바에 더욱더 나 좋을 대로 살면서 (물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다행히(?) 나는 소심한 겁쟁이이자 매사 조심스러운 사람이니까) 내가 이 오해를 전면승부로 풀고 싶을 때에만
"저 사실.. 긴 이야기가 있어요"로 시작해도, 더는 세상이 무섭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이 전면 승부를 나는 T와 D에게 제안했고, “저 사실.. 긴 이야기가 있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수많은 이야기. 심리 상담과 약, 그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
" 이 좁은 세상에서 그리고 이 작고 얕고 좁은 회사라는 세계에서, 이게 전부인 양 있어서 병이 들었어요.
마치 <도시남녀의 사랑법>의 이은오처럼, 본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 지루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그녀가 양양으로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똘기 충만한 자유 영혼 윤선아로 살아가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떠나온 제주에서 나도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이 되어 보고, 더 넓은 세상이 있는지,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제가 염치없지만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해보고 올게요."
라는 첫 입을 떼었다. 무서워서 저절로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다. 또르르가 아니다 투두둑.
그랬는데, T와 D는 제주도의 'ㅈ' 보다, '워케이션'의 'o' 보다 나의 상태에 화들짝 했다.
(갑자기 이런 짤이 생각나서 웃기지만 ㅋㅋ 어떤 예능에서 염정아 씨가 손님 박서준 씨가 밥을 안 먹었다고 하니까 하는 염들짝 짤처럼)
T와 D는 자신의 가장 여리고 힘든 부분까지 내어 보여주며, 나와 비슷한 고민으로 얼룩진 일기장까지 쉽게 꺼내주었다.
십여 년 전인 대학 때부터 고이 간직해 와서 이젠 빛바래 누레졌지만 여전히 소중해서 반듯한 소중한 책 한 페이지를 보여주며
다양한 표정과 몸짓과 말들로 나 마음속 오해로 얽힌 세상에 대한, 자신들에게 비칠 나의 불완전하고 구린 모습에 대한 걱정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현실이라는 신 앞에서 기도해 주었다. 비록 들리진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속 기도는 분명 “얘마저 이렇게 힘들게 하시나요? 제발 그러지 말아 주세요...”였을 것이다.
내 소중한 친구 S의 말을 빌려 쓰자면 가장 죽고 싶은 사람이 가장 삶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깊은 상처를 겪고도 남들에게 다정한 이들이 있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아픔을 저 사람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일 거다.
그래서 아프고 또 아팠던 S와, 자신만의 마음의 울타리 하나씩 쌓아오던 J가, 그 반대의 마음으로 나를 지키고 있다. T도, D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에 보답하려고, 나 좀 더 수없이 안도해 볼게. 그냥 멋없어도 막 시작해 볼게.
책
미움받을 용기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