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에 가슴이 짓눌리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저 동료의 예쁜 쌍꺼풀이 내 머릿속에서는 마치 매끈하게 갈려진 칼날처럼 날카롭고 섬세하게 나의 구린 점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눈을 피했다.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어 저는..’으로 시작해 내가 해야 할 얘기를 하는 그 한 마디 한 마디 사이가 가망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뒤통수. 오랜 시간 형체가 없는 어떤 것, 이유를 모르겠는 막막함에서 말라가고 있는 나는 사람의 표정이 보이는 얼굴보다 뒤통수가 무서웠다.
누군가가 뒤통수를 살짝 기울이고 뒷목에 손이라도 올리면, 평소의 건강한 상태였으면 ‘일 좀 나눠요. 제가 그거 할게요’라고 했을 거 같은데 아직은 건강하지 못한 마음과 몸이 그 말을 막았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그 순간 나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오버인 거 안다. 그래서 미쳐버리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만둬야 하나…’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우연처럼 J가 시집 하나를 건네준다.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큰일"이라는 게 얼마나 큰 일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힘이 들고 숨 쉬는 게 어렵고 성인 남자가 내 가슴 위에 올라타 있는 것 같고, 사는 걸 못해 먹겠는 느낌은 나에게 일어났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선생님 혹시 오늘 상담 예약 가능할까요? 언제쯤 시간 되시나요?”
그렇게 한 시간 반 뒤에 심리 상담을 예약했다.
선생님께 10번이 넘는 상담을 받으면서, 나는 비슷한 패턴으로 같은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걸 깨달았다. (상담만 받으면 이게 보이는데, 현생에선 왜 깨끗하고 맑은 시야가 등을 돌리고 있는지)
약은 한계가 있다.
내가 건강했을 때, 불안이 하는 말이 들려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생각해내야 한다.
어떻게 했냐 하면, 반문했다.
“모르는 거잖아. 해봐야 알지. 그냥 해보자” 했고, 그리고 정말로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도 똑같이 하면 된다. 우울이 찾아와 말을 걸어올 때, 나는 다시 한번 반문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우울이 말하는 큰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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