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거울보다, 컴퓨터 화면보다 사람들과 하늘과 커피바(ㅋㅋ)와 초록 풀들을 더 자주 본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바쁜 날이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면서 일했던 날. 나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미간, 거북목이 된 채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나 지금 바쁘니까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뿜어내는 아우라…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방에 와서 누우니
‘W님과 JW님과 저녁 인사나 ‘내일 봬요~’ 같은 말도 나누지 않았네’,
‘오늘 저녁 하늘은 어땠는지 보지도 못했네’,
‘저녁은 토스트에 딸기잼이었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슬퍼지고 허무한 기분이 밀려왔다. 그 슬픔이 익숙해서 생각해 보니 내 몸은 여기 제주 O-Peace에 있지만 또 균형을 잃어버린 서울에서의 그 순간처럼 행동하고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다치고 아프면 치유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약해진 내 모습(절대 사람에게 생산성이라는 말을 쓰고 싶진 않지만 ‘낮아진 생산성’)을 숨기기 위해 더 시간과 체력을 쥐어짜서 뭔가를 한다. 약간 자학적이고, 또 한편으론 과도한 자의식 과잉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소중한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는 J의 말을 자주 생각한다.
책임과 균형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생계와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다음날 바로 Y님 앞으로 자릴 옮겼다.
같이 아침을 먹고 한참을 서로의 얼굴, 특히 눈을 마주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일 할 때는 또 집중해서 열심히.
같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좋은 카페에 갔고, JW님 옆에 앉아서 같이 얘기를 하고, 사진으로 담고
W님의 기타 연주를 들었다.
Y님이 운전하면서 ‘산방산은 솜사탕 제조기’라고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산방산 주위로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귀엽게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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