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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예 Aug 27. 2021

핸드폰 없이 살아봤니?

없는 것의 뒷면은 있는 것이지

  내가 처음으로 핸드폰을 손에 쥐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쯤부터 핸드폰이 초등학생들에게도 막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 라떼는 말이야 - 흔치는 않았다. 나는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어린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핸드폰이 갖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부모님께 표했다. 허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아빠는 내가 시험을 치러서 1등을 하면 핸드폰을 사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이미 가지고 싶은 핸드폰 기종까지도 너무나 명확했던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결과적으로 핸드폰을 갖게 되었다. 당근과 채찍의 효과는 탁월했다!


  핸드폰을 개통하고, 작고 하얀 슬라이드폰을 아빠는 내게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 "시시콜콜한 얘기 하느라 시간 쏟으면 안 된다!" 당연히 핸드폰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친구들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었으므로, 시답잖은 잡담을 아니 나눌리야 없었지만 기세 좋게 나는 "네!"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친구들한테 나도 이제 핸드폰이 있음을 자랑하고 신나게 연락처도 교환했다. 빠르게 핸드폰이 있는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나는 하교 후에도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잠들기 전까지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물아일체의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문제라고 느낀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핸드폰은 기능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무슨 대단한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핸드폰을  쥐고 있었는지... 좌우지간 나와 핸드폰은, 마치 바늘과  같은 사이가 됐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다 불쑥 문제를 자각하게  것은 중학생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어느 , 우연히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는데 갑자기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고, 마음속에 불안이 넘실거렸던 것이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 내가 핸드폰에 구속되어 있었구나. 그제야 알았다.


  그날로 핸드폰을 해지했다. 한 반년 가까이는 핸드폰 없이 생활을 했다. 누구도 내게 다급하게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연락해오지 않았다. 필요한 연락은 인터넷으로, 전화로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정말 급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법이다. 그걸 몰랐다. 핸드폰 없이는 세상과 단절되는 것만 같았으니까. 핸드폰을 두고 나온 그 우연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핸드폰과 붙어 지내는 생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몰랐을 거다. 그렇게 핸드폰으로부터 벗어난 반년여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재개통을 했다. 이때는 정말 필요에 의해서였다. 이후론 핸드폰에 얽매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제 용도에 맞게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었다. 본질을 찾은 것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핸드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에는 분리의 경험이 꼭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 대상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인 셈이다. 허나 결코 쉽지 않다. 당장이라도 내가 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가 주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덮쳐오니까. 그런 일은 없다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들어도, 마음은 앞서 저 멀리 달려가버린다. 견뎌야 한다. 어딘가 매몰되어 있던 자아를 꺼내는 일인데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숱한 시간을 되새기고, 복기하고, 성찰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본질을 감별해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부재가 의미를 갖는다. 이때 얻어지는 숱한 깨달음들은 너무나 값지니까. 부재를 그저 아파만 하고 아무 발전 삼지 않기에는 어쩐지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로 한다.


  핸드폰이 없어진 다음에야, 핸드폰을 알맞게 사용할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연락이 아니라 중요한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 부재는 내실을 다진다. 이제는 안다. 부재를 올곧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야, 존재를 한가득 품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관점을 놓고 보니, 어느새 고통은 성장통이 되고 나아갈 동력이 되고 있었다. 귀하다. 귀한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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