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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Jan 12.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13) 폭풍이 휩쓸기 전 하늘의 색깔을 묘사하라

※ (글감에 추가되어 있는 조건) 폭풍으로 삼촌의 헛간이 부서지고 여섯 살 난 조카가 목숨을 잃었다.


    하늘은 검었다. 마이크의 헛간이 있는 들판 주변 숲이나 언덕이 없어 시야가 확 트인 곳이었다. 헛간 인근에는 사람의 흔적이 적어 불빛이 드물었다. 들판의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가라앉자 사위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 했다. 달과 별이 무수히 박혀있었지만 태양을 잃은 하늘은 근본이 검었다. 지구는 푸른 별이라 했지만 그것은 바다의 색깔이 파랗기 때문이었다. 낮 시간이 지나면 하늘은 우주에 바로 맞닿은 듯 파란 빛을 잃었다.

    해리는 삼촌인 마이크가 알려준 대로 헛간의 등불을 모두 껐다. 어젯밤 마이크 삼촌은 해리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 모양을 형언할 수 없는 형광색 빛줄기가 하늘을 가득 메운 사진이었다.

    "해리, 이게 바로 오로라야.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전자의 폭풍이 지구의 자기장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빛의 무리지. 태양의 활동이 강해지는 때가 되면 오로라가 더욱 밝게 빛난단다."

    해리의 눈이 반짝였다.. 해리가 사는 마을은 인적이 드물었고 밤이면 마을 전체가 어둠으로 침잠했다. 밤이면 할 일이 없으니 해리는 일찌감치 침대에 들어야 했고 세상이 궁금한 나이에 밤의 어둠은 너무나 길었다. 그래서 밤하늘을 가르는 빛의 커튼같은 오로라의 모습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오늘은 태양의 활동이 몇십년 만에 최고조에 이르는 날이라고 들었어. 그러면 아마 오로라도 엄청난 규모로 밤하늘을 메울꺼다."

    농장을 꾸리며 사는 마이크는 전자의 폭풍이니 자기장이니 하는 이야기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뉴스에서 이번 오로라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조카인 해리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해리가 긴 겨울밤을 지루해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장 한가운데에 있는 헛간에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꽤 값나가는 천체망원경을 들여놓았다. 하나 밖에 없는 귀여운 조카에게 지루한 밤 시간을 이겨낼 친구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물론 중고로 산 것이긴 했지만 그가 근래에 쓴 돈 중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이었다. 그에게 망원경을 판 읍내의 잡화점 주인이 그에게 귀띰해주었다.

    "별을 잘 관찰하려면 빛이 없는 곳에 망원경을 설치해야 해요. 주변의 빛이 망원경의 경통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별이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농장의 헛간에 망원경을 설치해두었다. 그리고 오늘 밤, 오로라의 빛 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어제 저녁 뉴스에서 들었다.



* 폭풍이라고 하면 의례히 먹구름이나, 비구름, 토네이도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잠잠한 하늘에 불어오는 폭풍을 묘사하고 싶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태양풍'이었다. 태양의 자기폭풍이 밀려들면 하늘에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춤을 추게 되지만, 반면 지구의 전자기기가 제 기능을 잃는다. 태양풍에 기능을 잃은 경비행기가 헛간에 추락하면서 아이가 목숨을 잃는다고 하면, 잠잠한 하늘에 불어오는 보이지 않는 폭풍을 묘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거기에 하늘을 수놓은 엄청난 규모의 오로라를 함께 묘사한다면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대비적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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