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소개글 2
현 정부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에 따라 2017년 시간당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2019년부터 인상 속도가 조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인상률이 크게 낮아져 202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현 정부는 공약 달성에 실패하였다.
이 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바람직한지 여부를 떠나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과연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원론에 의하면 최저임금은 보통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들의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대신 기업의 노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용이 감소하게 된다. 단, 이 결과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규모가 큰 기업 한 곳이 주변 지역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수요독점 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 고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수요독점이란 걸 교과서에서 배우긴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흔하게 있는 상황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 마디로 '최저임금 상승 → 고용 감소'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이론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이론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학원에서 노동경제학 과목을 수강할 때 최저임금제도에 따로 한 주를 할애하여 기존 연구를 대략적으로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 자신도 최저임금제에 대해 논문을 여러 개 발표했던 담당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 연구한 수백 개의 논문이 있었지만 통일된 결론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최저임금 인상 당시의 경제 상황, 인상 폭, 최저임금 제도나 노동시장의 특성 등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었다. 경제학자들이 틈만 나면 꺼내 드는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결론이 여기서도 통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은 당연히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통념을 깬 대표적인 연구가 금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와 故 앨런 크루거(Alan Krueger)가 1994년에 발표한 논문(링크)이다. 아마 앨런 크루거가 살아있었다면 데이비드 카드와 금년 노벨경제학상을 함께 받았을 것이 거의 확실할 정도로 경제학계에서 유명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미국 뉴저지(New Jersey) 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패스트푸드 식당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이 패스트푸드 식당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실제로 고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전후의 취업자 수를 비교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 수준 이외에 다른 요인이 함께 변화하면서 취업자 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 고용이 감소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 침체로 인해 취업자 수가 더 많이 감소할 수도 있었지만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을 늘린 덕분에 감소 폭이 그나마 줄어든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취업자 수 데이터에서 최저임금 인상 만의 효과를 분리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카드와 크루거는 이중 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이라는 방법론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뉴저지 주에 인접한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는 뉴저지 주와 경제 구조나 상황이 비슷한데 최저임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뉴저지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의 취업자 수가 비슷한 추세로 움직인다고 가정한다면, 펜실베이니아 주의 취업자 수 변화는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을 경우 뉴저지 주 취업자 수 변화의 훌륭한 대리지표(counterfactual)가 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현재 경제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카드와 크루거가 이 방법론을 경제학에 최초로 도입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이중 차분법을 이용한 경제학 논문 중 가장 유명한 논문을 썼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 방법론을 이용하여 저자들은 뉴저지 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늘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논문에서는 이중 차분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이 결론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논문이 발표된 이후 수많은 반박 논문이 이어졌으나 원래 결과를 뒤집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논문을 소개한다고 해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늘어난다거나 자영업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저 최저임금 인상은 항상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실제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분석을 해 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최저임금제도의 고용에 대한 영향은 언뜻 당연하고 쉽게 보이는 주장도 엄밀한 방법론을 이용하여 꼼꼼히 따져보면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bbc.com/korean/news-42489683